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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100주년/ 인물로 본 한국야구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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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100주년/ 인물로 본 한국야구史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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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야구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어떤 인물이 헌정될까. 수많은 선수들이 지난 100년을 빛냈지만 야구라는 신문물을 들여온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를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1901년 YMCA 초대총무로 태평양을 건너왔던 질레트는 1905년 야구용품을 들여와 황성기독교청년회원들에게 처음으로 야구를 보급, 싹을 틔웠다.

수많은 여성팬을 가진 야구스타의 원조 홈런왕 이영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영민은 연희전문 시절인 1928년 경성의전과의 경기에서 경성운동장(현 동대문야구장) 설립 3년만에 처음으로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렸고, 요미우리신문사 초청으로 일본에 온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대항한 일본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해방후에는 조선야구협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 야구발전의 반석이 됐다. 그를 기려 후에 ‘이영민 타격상’이 제정됐다.

이영민과 함께 활약했던 평양고보 출신의 박현명은 1938년 일본 프로인 오사카 타이거스에 입단, 한국인 최초의 해외프로 1호란 영예를 안았다. 메이지대 출신의 이팔용은 1942년 요미우리에 입단, 일본 최초의 노히트 노런이란 대기록을 수립했다.

50∼70년대 야구중흥을 이끈 인물로는 아시아의 철인으로 불린 박현식, 김응용, 박영길, 강병철 등 홈런타자와 영호남 및 실업야구 맞수인 장태영, 김양중 두 투수를 꼽을 수 있다. 특히 32살의 젊은 나이에 한일은행 감독을 맡은 김응용은 한국시리즈 10번 우승(해태 9번, 삼성 1번)의 금자탑을 세운 뒤 야구인 최초로 최고경영자(CEO·삼성 라이온스 사장)에 올랐다. 해외에서는 김영덕, 신용균, 김성근 등 재일동포 3인방 투수로 활약했다. 장훈은 1959년부터 프로 23년간 3,085안타라는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일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70년대 후반에는 최동원, 김시진, 김봉연 등이 야구 붐을 일으키며 프로야구의 징검다리가 됐다.

본격적인 프로시대를 맞은 80년대 이후에는 22연승의 박철순, ‘0점대 방어율’의 국보급 투수 선동열과 아시아 홈런신기록의 주인공인 이승엽 등이 프로중흥의 길을 열었으며 무명의 박찬호는 1994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 통산 100승의 위업을 앞두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한국야구 갖가지 진기록/ 박철순 22연승, 백인천 4할 ‘불멸의 기록’

야구는 기록이다. 한국야구 100년의 그라운드에도 진기록의 기념비들이 줄줄이 빛을 발하고 있다.

1958년5월22일. 청룡기대회가 열린 서울 용산 육군구장에서는 당시 휘문고 2학년이던 강남규 전 OB수석코치가 ‘대형사고’를 쳤다. 서울공고와의 1회전에 선발로 출전한 강 전코치는 9이닝 동안 서울공고 27타자를 모두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휘문고의 13-0 승리. 한국 야구 최초의 퍼펙트게임이었다. 퍼펙트게임은 이후 아마야구에서 2번 더 있었지만 프로야구에서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국내 공식대회 최초의 노히트노런은 이보다 23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또한 휘문의 몫이었다. 1935년6월22일 휘문고보의 에이스 송재경은 배재와의 1회전에서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세웠다. 7회 콜드게임으로 끝난 이 경기 스코어 역시 13-0.

1976년 6월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이끌어가던 최동원 한화코치도 마운드에서 불멸의 기록 하나를 보탠다. 경남고 졸업반이던 최동원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승자결승에서 군산상을 상대로 피안타 3개에 1실점을 내준 채 탈삼진 20개를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9-1승)했다. 이는 아마 프로(해태 선동열의 18탈삼진) 통틀어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

이제는 로커로 변신한 ‘야생마’ 이상훈은 고려대 시절 1992년 4월 춘계대학리그에서 성균관대를 상대로 14타자 연속 탈삼진이라는 한국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기록 공장이나 다름없다. 마운드에서는 불사조 박철순(당시 OB)의 22연승, 방망이로는 백인천(당시 MBC)가 세운 꿈의 4할 타율(4할1푼2리·1982년)은 접근불가의 성역으로 남아 있다. 올드 팬들에게 시즌 최저 승률(82년의 1할8푼8리)과 최다 연패(85년 18연패)의 삼미 슈퍼스타즈는 빛바랜 추억으로 다가선다.

1987년5월16일 선동열(당시 해태)과 최동원(당시 롯데)은 역사상 최고의 투수전을 선사했다. 연장 15회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지만 승부는 2-2. 이 경기에서 선동열(232개·한 경기 최다 투구)과 최동원(209개)이 기록한 투구수는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불가사의 중 하나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 11월‘亞 왕중왕전’등 100주년 기념행사 다채

야구도입 100주년을 맞아 올 한해동안 국내외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는 31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야구를 비롯한 복싱, 스케이트를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한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의 후손이 초청돼 공로패를 받는다. 또 금철, 김선웅, 김영조, 박현덕, 유억겸, 이영민, 이원용, 이효, 허성씨 등 야구발전에 이바지한 원로야구인들에 대한 공로패가 수여되며 100주년 기념 엠블렘과 야구박물관을 비롯한 각종 기념사업 계획도 발표한다. 또 구대성, 이승엽 등 해외파 선수들과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국대사,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관계자들의 축하메시지가 영상으로 방영된다. 김범수, 박나림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행사에는 박용오 KBO 총재와 이내흔 야구협회장을 비롯해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등도 참석, 한국야구 100주년을 축하할 예정이다.

야구 100주년을 기념, 내달 11일부터 17일까지 사상 처음으로 고교 최강전도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다. 야구 100년사를 통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명문고교팀이 참가하는 ‘최우수 고교야구대회’에는 최다인 전국대회 20회 우승에 빛나는 경북고를 비롯, 경남고(14회), 부산고(12회), 신일, 광주일고(이상 11회), 상원고(구 대구상고), 군산상고(이상 10회) 등 14개팀이 각축을 벌인다.

11월에는 프로야구 아시아 왕중왕전도 처음으로 벌어진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 4개국 프로야구 우승팀이 참가하는 ‘아시아시리즈 2005’가 11월10일부터 13일까지 도쿄돔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풀 리그로 상위 2개팀을 가리고 아시아 챔피언을 가리는 결정전을 갖게 된다.

또 12월에는 서울 양재동 한국야구위원회내에 야구박물관을 개관하고 명예의 전당도 설립, 야구 도입 100주년을 기념할 계획이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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