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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유전사업 60억 떼일 위기/ 철도公,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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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유전사업 60억 떼일 위기/ 철도公, 도대체 왜?

입력
2005.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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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이 지난해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했다가 포기하면서 계약금 620만 달러를 떼일 위기에 놓여 감사원의 특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철도청이 고유의 사업과 크게 관련이 없는 유전사업에 참여 한 동기와 과정, 그리고 계약 포기 및 금융대출 등에 의혹이 제기되고 여권 실세 의원의 연루설이 나오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 유전개발 추진 경위 = 철도청은 지난해 1월 경영 개선을 위한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을 설립하고 각종 부대수익을 올리기 위한 사업계획들을 수립, 추진했다. 재단 설립 당시 김세호 현 건설교통부 차관이 철도청장이었고 재단 이사장은 신광순 차장(현 철도공사 사장)이 맡았다.

철도교통진흥재단은 철도 운행에 유류가 많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 유류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 부대수익도 올리기 위해 부동산개발회사인 하이엔드그룹과 지난해 8월 17일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을 설립했다. 철도공사의 지분은 35%, 최대 주주는 하이엔드로 42%를 보유했다. KCO측은 이어 사할린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던 알파에코그룹의 자회사인 페트로사크사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9월 3일 6,2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KCO측은 10월에 계약금으로 계약액의 10%인 620만달러(한화 약 62억원)를 우리은행의 대출을 받아 지급했다. 대출 과정에서 철도청은 철도교통진흥재단의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장 명의의 협조요청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철도교통진흥재단측은 러시아 회사가 인수잔금 납입일인 11월 11일까지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하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청했다. 재단측은 "러시아 정부가 계약해지 10일이 지나 알파에코그룹 자회사의 지분 매각을 허가했지만 해외 원유 반출에 대한 조건부 허가여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 의문점들 = 철도청이 본연의 사업과 별 관련성이 없는 유전 개발에 참여한 배경에 대해 누구도 속시원히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연간 유류대금으로 수천억원을 쓰고 있어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현재 철도 노선은 전철화 하는 추세다. 더구나 해외유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쉽게 나서지 못한 사업에 단시일내 투자결정을 한 사실은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김세호 건교부 차관과 신광순 사장이 어디까지 이러한 성격의 사업에 연관됐는가 하는 점에도 시선이 쏠린다. 재단 설립과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김 차관은 최종결재권자로 있었으며, 신 사장은 철도교통진흥재단의 당연직 이사장으로 의사결정 과정의 한복판에 있었다.

특히 신광순 사장은 지난해 11월 여권 실세로 알려진 L의원을 찾아가 석유공사 비축유자금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초 유전개발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KCO 대표 전모씨와 대주주 허모씨가 L의원의 정책자문위원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전씨는 평소 L의원과 친분이 있는 듯한 언행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L의원측은 29일 이에 대해 "철도청이 석유 사업을 하는지도 몰랐다"며 "당시 신광순 철도청장이 찾아왔을 때도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전모, 허모씨에 대해서는 "동향 출신으로 얼굴만 아는 사이일뿐 정책자문위원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우리은행이 계약금을 대출해준 과정도 석연치 않다. 철도청장이 협조공문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전망이 불확실한 사업에 선뜻 거액을 대출해줬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전=허택회기자thheo@hk.co.kr

■ 투자추진 사할린 6광구는/ 석유 매장량 우리나라 1년사용치 2.6배

철도공사가 본연의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듯한 유전 개발에 뛰어든 사할린은 어떤 곳인가. 러시아 본토와 마주 보며 북쪽으로 오호츠크해, 동쪽으로 태평양에 연한 사할린은 석유와 가스가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석유개발공사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사할린 섬을 북쪽부터 태평양 연안을 따라 중부까지 크게 9개의 광구로 나누고 있다. 각 광구 별로 자국내 석유기업은 물론 외국계 거대자본을 끌어들여 원유와 가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철도공사가 투자를 추진했던 6광구(지도)는 사할린 섬의 중부 지역 태평양 연안 쪽이다.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 철도공사가 계약했던 알파에코그룹의 자회사 페트로사크사가 각각 50%의 지분을 가지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광구의 석유 매장량은 우리나라 1년 석유 사용량(8억4,000만배럴)의 2.6배인 21억9,900만배럴 가량으로 추정된다.

현재 9개 광구 가운데 7개 광구까지는 미국의 엑슨모빌과 영국의 BP, 일본의 미쓰이 등이 참여해 원유를 생산 중이거나 시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전체 광구의 원유 매장량은 152억1,200만배럴, 가스는 3조2,290억 입방피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 지역에서 원유 개발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허택회기자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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