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해 전국 각 법원에서 열린 민·형사 재판을 분석한 결과, 판사 및 법원 직원의 부주의 또는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건을 잘못 처리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이 가운데에는 피고인이나 소송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가져 올 중대한 잘못도 적지 않았다.
29일 본보가 입수한 대법원의 2004년 재판업무 지적사항에 따르면 변호인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형사사건에서 국선변호인도 선정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한 사례가 지난해 4건이나 있었다. 법원조직법상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이 예상될 경우 합의부가 심리해야 하는데도 단독판사가 판결한 경우도 2건 적발됐다. 판사가 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상소 절차를 고지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지적된 경우도 5건에 달했다.
A판사는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뒤 보석취소결정을 하지 않고 같은 범죄사실로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했으며, B판사는 구속기간 만료일이 임박했는데도 구속기간을 갱신하지 않은 채 상급심으로 사건을 넘겼다.
법원 직원들의 실수도 적지 않았다. 한 직원은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이 구체적인 내용으로 최후진술을 했는데 정작 공판조서에는 별 내용 없는 것처럼 간단히 적었다가 지적됐다. 사건 기록을 관할 법원이 아닌 다른 상급심 법원에 송부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10여건 있었으며, 적정 소송대금보다 과다하게 첨부된 인지(印紙) 대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적발된 사례도 여러 건이었다.
대법원 분석 결과, 민사사건의 경우 분석대상 1만3,580건 가운데 53건(0.4%)에서 잘못이 지적돼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반면, 형사사건은 1만9,013건 중 149건(0.8%)에서 잘못이 발견돼 전년도 0.3%보다 크게 증가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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