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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오비이락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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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오비이락의 정치

입력
2005.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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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세상을 떠난 명배우 말론 브란도는 많은 명작들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그가 부두노동자로 나오는 ‘워터 프론트’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는 항만노조의 부패와 횡포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항만노조의 인사비리와 부정으로 또 다시 세상이 시끄럽다. 얼마 전 있었던 기아자동차 노조의 충격적인 채용비리에 이어 노동조합이 연이어 부패의 온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기아자동차 노조의 경우 그래도 소위 민주노조로 알려져 왔다면, 항만노조의 경우는 각종 비리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대표적인 문제 노조이다. 즉 그 동안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지 않으면 부두노동자가 될 수 없는 ‘클로즈드 숍(Closed shop)’이라는 노조의 노무독점제도에 의해 노조가 전횡을 해온 문제가 많은 노조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 점에서 기아자동차 노조 사건이 의외의 충격이었다면 이번 항만노조 사건은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이 터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도 성역이 아닌 이상 비리는 당연히 파헤쳐야 하고 내부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연이어 터져 나오는 노동조합 비리사건을 바라보면서 ‘이건 아닌데’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즉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서 이들 사건들이 터져 나오느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최근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새로운 노동법을 제정하려 하면서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민주노총도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놓고 치열한 내부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온 것이 과연 우연이냐는 의문이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은 기아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이었던 2003년 "청와대에서 행자부를 통해 민주노총의 비리조사 착수지시를 내린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비리사건이 "지난해 쯤 터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올해 터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물며 항만노조 사건까지 터져 나오는 데에는 이들 사건들의 배후에 노동계를 길들이기 위한 검은 손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항만노조의 비리가 왜 하필 이 시점에서 터져 나왔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면 하늘도 땅을 칠, 기가 막힌 우연이다.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으로 노무현 정부를 도와주고 있는 하느님, 만만세다. 그러나 시중에는 "지금 정부가 노조에 대한 비리를 다량 확보해 놓고 있어 필요하면 언제든지 줄줄이 터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사방에서 나돌고 있다.

결국 이 모두는 노무현 정부가 노조비리 폭로라는 새로운 수법으로 노동탄압을 하고 있다는 심각한 의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정부는 인권변호사, 사회운동가들을 여자관계 등에 대한 뒷조사를 통해 파렴치범으로 만들어 탄압했던 박정희 정권과 다르지 않다. 그 동안 공안당국이 국민의 불신을 받은 것이 수지 김 사건 같이 생사람을 간첩으로 모는 조작간첩사건을 일으켜 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체가 있는 사건들도 이 같은 사건들을 비축해 두었다가 선거 등 정치적 필요에 맞추어 터트림으로써 공안사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는 의혹을 국민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어려울 때면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맞춰 공안사건이 터져 왔기 때문에 사실인 사건도 조작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온 면도 적지 않다.

과거의 경험에 기초한, 노조비리 사건들에 대한 이 모든 의혹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고 있는, 괜한 의혹일 수 있다. 그러나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오비이락도 반복되면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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