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들어 부총리,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이 유독 강조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이기준, 이헌재 부총리 등 4명의 고위직 인사가 도덕성 문제로 불명예 퇴진했다.
고위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이 단순히 소문이나 음해성 비방에 휘둘린 ‘마녀사냥식’으로 진행되고, 사실 확인 절차 없이 임면권자가 이를 그대로 수용해서는 곤란하다.
28일 사표가 수리된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의 경우는 공직자들의 업무 수행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
강 장관을 사퇴까지 몰고 간 단초는 11일간의 병가였다. 고희를 눈앞에 둔 장관(67)이 국정수행에 따른 과로로 요양하는 것을 두고 정·관계의 시선은 ‘쾌유’를 빌기보다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정당한 경쟁과 승복’ 보다 ‘음모와 모략’에 익숙한 우리의 정치 관행으로는 자연스런 연상작용인지도 모른다.
결국 강 장관은 의혹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강 장관의 경우는 종전의 낙마 인사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아들에 대한 인사 청탁 정황이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고, 지인들의 땅투기 의혹도 지난해 사정기관의 조사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이미 밝혀진 사안이다.
하지만 임면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순간까지 침묵했다. 그리고 사의 표명이 나오자 곧바로 수리 의사를 비쳤다. 마지막 순간까지 비리에 대한 사실 검증보다 여론을 더 의식했다. 장관직위가 여론에 좌지우지되면 정치적 음모와 술수는 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원칙과 정도에 따른 인사 기준이 아쉽다.
송영웅 산업부기자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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