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조류독감 발생 사실을 공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특히 양계 및 닭고기 가공사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많은 관심을 보일 정도로 중점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조류독감 발생 사실 공개가 발생 자체보다도 더 주목 받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용천역 폭발참사처럼 내부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태가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돼 향후 남북 당국간 방역활동 협조 여부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번에 조류독감이 발생한 하당 닭공장은 평양 시내에 닭고기와 계란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양계 및 닭 가공 공장이다. 1960년대 건설됐지만 장비가 낡아 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과 함께 곡물 사료 부족으로 거의 가동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 6월 김 위원장의 지시로 닭공장 현대화 작업이 시작됐고 2002년 12월 하당을 비롯 만경대 서포 용성 등 평양시내 5개 공장이 재가동됐다. 북한 내 닭고기 생산량도 90년 4만7,000톤에서 97년 1만7,000톤으로 감소했다가 이 같은 공장 현대화 작업에 힘입어 2003년 3만6,000톤으로 회복되는 추세다.
닭공장 현대화는 특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장 현대화까지 이뤄낸 것으로 북한 내부에서 높이 평가하던 사업이었다. 남북 장관급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면 남측 관계자들을 데리고 닭공장을 견학시켜 자랑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달 초부터 나돌았던 북한 내 조류독감 발생 소문을 부인하던 북측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북한이 올해 주요 목표로 내세웠던 농업 개발의 한 축이 어긋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방역체계와 기술, 장비가 미비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북한이 위생여건을 자신하던 평양 시내 닭공장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면 지방의 열악한 시설로도 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고 퇴치할 전문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북측이 남측과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수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북한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당분간 남북 교역에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식량난 해결을 위한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닭공장 가동이 중단돼 주민 동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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