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보약이다.’진부하게 들릴 테지만 우리 국민의 건전한 식생활 문화를 위한 대안은 누가 뭐래도 ‘밥 중심의 한국형 식생활’이다.
인간은 뇌의 활동을 위해 탄수화물(당질)을 섭취해야 하며, 탄수화물 소재로서 쌀은 밀가루 등 다른 탄수화물 급원식품에 비해 우수한 식품이다. 현재 일부 빵 중심의 서구화한 식단으로 인해 과체중이나 영양과잉, 반대로 저소득층의 영양결핍 등 다양한 건강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비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서구나 심각한 영양결핍이 문제되는 아프리카 등에 비하면 그래도 쌀 자체가 건강문제에 끼치는 영향은 경미하다. 미국은 자국민의 사망 및 유병의 주요 원인이 건전치 못한 식생활 등과 관련 있다고 보고 과일·채소류, 우유와 유제품 및 곡류를 충분히 섭취토록 권장하고 있다.
요즘 문제가 되는 당뇨병의 경우 탄수화물 섭취가 논란의 대상이 돼 왔지만 최근에는 섭취량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는 경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당뇨 유형에 따라 총열량의 50~60%를 탄수화물에서 섭취토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의 지방 섭취량은 지난 30여년간 약 2.5배 증가한 반면, 탄수화물 섭취량은 26% 감소해 당뇨 유병율 증가를 탄수화물과 관련 짓기는 어렵다.
오히려 당뇨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케톤산 혈증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 100g 이상의 당질 섭취가 필요하다. 물론 정제된 곡류, 감자 및 가공식품 등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보다는 현미나 섬유질이 많은 곡류, 콩류 등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일상적인 밥상차림은 밥류에 된장국, 김치, 불고기, 생선구이, 나물 등의 반찬이 곁들여진,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이다. 지방섭취 비율도 낮은데다 특히 포화지방산이 낮고 불포화지방산이 높으며 에너지 구성비도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탄수화물 : 단백질 : 지방 섭취비율(%)인 60~65 : 15~20 : 20에 아주 근접해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국인의 식생활지침’에도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생활을 즐길 것’을 제안하고 있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당뇨식단에서도 밥은 빠지지 않고 제공되고 있다. 다만 서구식생활에 길들여지고 있는 10대들의 지방 섭취율이 24%에 달해 장차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잡곡 등을 섞은 ‘밥 중심의 한국형 식생활’이야말로 당뇨, 비만 등 현대인의 고민을 해결하고 노령화 사회에서 건강장수를 기약할 수 있는 대안이다.
전혜경 농촌자원개발연구소 농산물가공이용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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