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은 불법자금을 쓴 게 아니고 당에 참여했던 일부 지도적 인사들이 당시 민주당 지구당위원장으로서 대선에서 역할을 하면서 불법자금을 받은 것이다." 열린우리당 최규성 사무처장이 2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별로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당은 불법자금과 무관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총선 때 표에 급급해서 했던 말과는 정반대다. 정동영 전 의장은 당시 국회연설에서 "대선 때 불법자금으로 수도권 지구당에 500만~1,000만원가량 지원됐다"며 "국고에 모두 반납하고 모자라면 국고보조금을 삭감해서라도 갚겠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 수사에서도 노무현 후보진영의 불법자금이 110억원 선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당은 국회 개원 후 소속 의원 전원이 서명해 ‘불법자금 국고환수법’을 제출하기도 했다. ‘개혁법안 1호’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최 사무처장도 서명 당사자다.
우리당의 이 같은 행태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천안연수원을 헌납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 물론 지난해 연수원을 부동산신탁회사에 명의신탁 해놓기만 하고 정작 매각에는 별 열의가 없었던 한나라당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이처럼 야당조차 그릇된 과거를 털고 가려는 마당에 대선에서 승리한 당이 약속을 번복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나 다름없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반부패 투명사회협약 후속대책 논의를 제의하고 반부패 관련 입법을 4월 임시국회의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우리당은 ‘투명한 정치’를 들먹이기 이전에 지난 대선에서 저지른 불법대선자금 수수라는 ‘원죄’부터 털어내야 할 것이다.
조경호 정치부기자sooy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