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로 휴대전화 번호를 눌러 연결된 여성에게 ‘나야…’라며 접근, 옛 애인 행세를 하며 수개월 동안 억대의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검찰에 구속됐다.
직업 없이 제주도 민박집을 전전하며 생활하던 전모(33)씨는 지난해 6월 아무 전화번호나 눌러보다 우연히 A(37·여)씨와 통화가 됐다. 전씨가 장난 삼아 "나야"라고 말하자 뜻밖에 A씨는 "부인과는 잘 사느냐"는 등의 안부인사를 건넸다. 이에 따라 전씨는 A씨가 자신을 결혼해서 떠난 옛 애인으로 착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씨는 이후 수차례 전화해 부인과 이혼하고 A씨에게 돌아갈 것처럼 말한 뒤 "후배에게 갚아야 할 돈이 있는데 후배계좌로 넣어 달라"는 등의 이유를 대며 돈을 요구했다. 전씨의 요구에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A씨는 빚까지 얻어 5개월간 38회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송금했다. 이 와중에 A씨의 실제 옛 애인이 전화를 해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전씨는 "둘만 아는 번호를 갖자"며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11월 중순께 진짜 옛 애인이 집전화로 전화를 해와 A씨는 속아온 사실을 알게 됐고, 전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성영훈 부장검사)는 25일 전씨를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진짜 옛 애인은 가정도 있으니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고 마음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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