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해서는 비집고 들어 가기 쉽지 않다는 중국 시장. 그것도 유난히 장벽이 높은 금융 시장에서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단독법인 설립을 인가 받았다. 전 세계 보험사 중 최초다. 계열사인 삼성생명을 비롯해 현대해상화재 LG화재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중국 진출을 위해 공을 들여 온 내로라는 다른 보험사들도 잔뜩 고무됐다. 100조원(1,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보험 시장을 무대로 국내 보험사들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삼성화재는 24일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위)로부터 외국계 보험사 중 최초로 중국 내 현지 단독법인 인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법인명은 ‘삼성화재해상보험 유한공사’로 자본금은 우리 돈으로 250억원. 삼성화재가 100% 지분을 보유한다. 현재 중국에는 20곳의 외국계 생보사가 법인을 설립했지만 모두 중국 기업과의 합작법인 형태다. "중국측 합작 파트너에 끌려 다니며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합작법인과 100% 단독 법인과는 차원이 틀리다"는 평가다.
삼성화재는 이로써 국내 보험업계 최초 사무소 개설(1995년 베이징) → 국내 보험사 최초, 세계 손보사 6번째 지점 설치(2001년 상하이) → 상하이지점 현지법인 전환신청서 제출(2004년 11월) → 세계 최초 단독법인 설립(2005년 3월) 등 유례없는 속도로 중국 시장에 정착한 사례가 됐다. 삼성화재 해외업무팀 오무석 차장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국내 보험사의 중국 진출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청한 것이 신속한 인가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그간 삼성화재가 중국 보험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소를 차리고 세미나도 하는 등 밑바닥을 다져 온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지 단독법인 인가로 중국 내 전국적인 보험 영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삼성화재측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다국적기업 등을 상대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이다.
다른 손보사 중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곳은 현대해상화재와 LG화재다. 96~97년 베이징 등에 사무소를 세운 두 회사는 최근 원화 강세로 ‘본사 자산 규모 50억달러 이상’이라는 지점 설립 인가 요건을 3월말 현재 충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현대해상은 중국보험학회와 공동으로 베이징 현지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물밑 작업을 진행하면서 2007년 지점 설립을 추진중이다.
생보사 중에서는 95년 베이징 사무소를 낸 삼성생명이 지난해 말 합작법인 설립 인가를 받은 데 이어 3월에는 영업 인가 신청을 내놓은 상황. 연말께는 본인가를 거쳐 생보업계 최초로 합작법인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대한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2003년8월과 2004년1월 베이징에 사무소를 냈다.
중국 보감위에 따르면 중국 내 보험시장 규모는 2004년 523억달러에서 매년 20%씩 성장하며 2007년에는 966억달러로 늘어나 국내 보험시장 예상 규모(670억달러)를 앞지를 전망.
하지만 전망이 무조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단독법인 설립 인가를 받은 삼성화재 조차 중국의 높은 장벽 때문에 현지인 대상 영업은 아직 요원한데다, 방대한 영토에 보상망 구축이 쉽지 않아 자동차보험 등 돈 되는 사업으로의 진출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