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의원직 버린 정치소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의원직 버린 정치소신

입력
2005.03.25 00:00
0 0

박세일 한나라당 전 정책위의장이 탈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버렸다. 여당과의 합의로 행정도시법을 통과시킨 당의 결정에 대한 항의라고 한다. 여러 경우와 이유로 의원직을 건 의사표시가 숱하게 있어 온 우리 정치에서 실제로 자신의 선택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예는 이번이 처음이다. 언행이 일치한 한 의원의 소신을 보는 것은 신선하다. 그리고 남다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의 행위가 특히 돋보이는 것은 국가적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직(職)에 걸만큼 치열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박 전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행정도시 건설은 정략적 수도분할이고 이는 훗날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협상 과정에서 약간의 변형이 있었지만 한나라당이 여당의 행정도시안의 골간에 동의해 준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충청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정치적 계산이 있었음은 당 지도부가 시인하고 있다.

당 정책연구소장을 지낸 정책위의장의 신분으로 그는 수도에 관한 중대한 변화를 오로지 정책의 관점으로 다루려 했다고 보고 싶다. 이는 한 전문인으로서 가졌던 양식일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그 양식을 소화하고 수용할 만한 역량을 갖지 못했다. 당의 한계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사퇴 성명에서 박 전 의원은 "한나라당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내포 심화를 위해 야성을 가진 전투적 자유주의자들의 모임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새길 필요가 있는 말이다.

그가 의원직을 용퇴할 만한 용기와 전투력으로 당과 국회에 남아 할 일이 더 있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정책에 의원직을 걸었던 전례를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의 사퇴가 정치발전의 작은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