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한나라당 전 정책위의장이 탈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버렸다. 여당과의 합의로 행정도시법을 통과시킨 당의 결정에 대한 항의라고 한다. 여러 경우와 이유로 의원직을 건 의사표시가 숱하게 있어 온 우리 정치에서 실제로 자신의 선택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예는 이번이 처음이다. 언행이 일치한 한 의원의 소신을 보는 것은 신선하다. 그리고 남다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의 행위가 특히 돋보이는 것은 국가적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직(職)에 걸만큼 치열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박 전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행정도시 건설은 정략적 수도분할이고 이는 훗날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협상 과정에서 약간의 변형이 있었지만 한나라당이 여당의 행정도시안의 골간에 동의해 준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충청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정치적 계산이 있었음은 당 지도부가 시인하고 있다.
당 정책연구소장을 지낸 정책위의장의 신분으로 그는 수도에 관한 중대한 변화를 오로지 정책의 관점으로 다루려 했다고 보고 싶다. 이는 한 전문인으로서 가졌던 양식일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그 양식을 소화하고 수용할 만한 역량을 갖지 못했다. 당의 한계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사퇴 성명에서 박 전 의원은 "한나라당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내포 심화를 위해 야성을 가진 전투적 자유주의자들의 모임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새길 필요가 있는 말이다.
그가 의원직을 용퇴할 만한 용기와 전투력으로 당과 국회에 남아 할 일이 더 있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정책에 의원직을 걸었던 전례를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의 사퇴가 정치발전의 작은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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