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우리은행 대 샹송화장품의 한일 여자농구 왕중왕전 ‘W-리그 챔피언십’ 1차전이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 독도 문제로 껄끄러워진 한일 관계를 의식한 탓인지 정주현(70) 샹송화장품 감독은 자꾸 천장에 나란히 걸린 양국의 국기에 눈길을 줬다. 적장으로 고국을 찾은 복잡한 심정을 나타내듯 정 감독은 "저러면 문제 안되나요"라며 껄껄 웃었다.
바로 옆. 정 감독의 아내인 이옥자(53) 샹송화장품 코치가 몸을 풀고 있는 우리은행 선수들을 팜플렛과 대조하며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샹송화장품이 키나 실력에서 아무래도 열세죠. 정치는 정치, 스포츠는 스포츠잖아요. 최선을 다해야죠." 정 감독과 이 코치는 올 일본여자농구(WJBL) 시즌에서 샹송화장품의 정규리그·챔피언전 통합우승을 일궈내며 ‘농구 한류 열풍’을 주도한 일본농구 유명인사. 1974년 한국여자대표팀 코치와 선수로 만난 두 사람은 결혼에 성공, ‘코트의 평생 반려자’가 됐다.
이 코치의 예상처럼 경기는 우리은행의 84-66 낙승으로 끝났다. 김계령(22점 13리바운드)이 골밑을 장악했고, 김은혜(21점 3점슛 7개)의 외곽포가 불을 뿜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독도 문제와 관련한 소요사태에 대비해 30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됐지만 경기는 무사히 끝났다. 애국가와 일본 국가도 연주되지 않았다. 하은주(22·202㎝)는 며칠 전 끝난 일본 챔피언전에서 무릎을 다쳐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켰다. 2차전은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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