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연하게 받는 혜택을 왜 다른 나라 어린이들은 누리지 못하나요? 그 아이들도 어른들의 돌봄과 사랑이 필요할 텐데…."
캐나다 어린이 빌라알 라잔은 여덟 살 꼬마지만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다. 유니세프 캐나다 어린이 대표, 캐나다 어린이 지진피해기금(CKEC) 대표. 라잔의 공식 직함이다. 유니세프 봉사단원들과 함께 스리랑카에서 지진해일(쓰나미)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라잔은 22일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피해 현장은 사방이 온통 파편들뿐이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끔찍하다"고 소식을 전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이 꼬마는 태국 푸껫과 몰디브를 이미 다녀 왔고 스리랑카 구호 활동이 끝나면 다시 인도네시아로 향할 예정이다. 며칠 전에는 피해 어린이 정신치료를 위해 커리큘럼까지 바꿔 운영하고 있는 스리랑카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비슷한 또래들한테 장난감 선물을 한아름씩 나눠 주고 돌아왔다. "집들이 있었던 곳이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요. 친구들이 그 무서운 해일을 어떻게 피해 나왔는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살아 남아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하루빨리 정상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라잔이 유니세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가을. TV 광고에서 유니세프가 아이티의 허리케인 피해자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제과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졸라 6,000달러어치의 과자를 ‘후원’받은 뒤 혼자 힘으로 과자를 팔아서 번 돈 전부를 기부했다. 4살 때인 2001년 인도 지진 때도 직접 오렌지를 팔아 성금을 낸 바 있는 라잔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 때 쓰나미 참사 소식을 듣고는 아예 본격적인 구호활동가로 나섰다. 유니세프의 일원으로 기업 관계자와 개인,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100달러 기부’를 호소하는가 하면 손수 만든 아크릴 접시를 판 수익금 등을 합해 250만 달러(약 25억 원)나 되는 거금을 끌어 모았다.
인도네시아로 가기 전에 모처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호텔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라잔은 "이곳 아이들에겐 칫솔조차 사치"라며 "친구들이 캐나다 아이들처럼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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