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오후 서울대 체육관에서는 장애·자폐어린이들의 함박웃음이 시끌벅적하다. 힘겹기만 한 손가락의 움직임과 어정쩡한 사지의 놀림…. 그러나 표정만은 밝은 아이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 즐거워하는 것은 9년째 봉사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김의수(64) 교수는 석·박사 과정생 등 제자들과 함께 1997년부터 ‘특수체육 교실 무료 강좌’를 열고 있다. 장애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게 해 주는 동시에 학생들에게는 실습과 봉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제자들과 함께 하는 일이니 자신은 부각시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처음에는 구청에 부탁해서 참가자를 모았습니다. 대부분이 자폐아들인데 반응이 얼마나 좋았는지 소문이 퍼져서 지금은 대기자만 300명이 넘을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2001년부터는 ‘축구 교실’도 개설했지요. 움직임은 인간의 본능인데 몸이 불편하다고 왜 움직이거나 뛰고 싶지 않겠습니까? 움직임의 욕구에서 소외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에 오히려 저희들이 감동을 받곤 합니다."
김 교수는 원래 운동생리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1년간의 뉴욕대 교환교수 시절 마음을 바꿨다. "80년대 초 당시 미국은 한창 장애인 체육활동 장려운동이 활발했습니다. 그 영향을 받은 셈이지요. 우리나라도 소외된 그룹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이쪽으로 결심했습니다."
체조와 구르기에서부터 축구까지 90분간 아이들은 특성에 맞는 다양한 운동프로그램을 계속한다. 보통 8명 정도에 전문 교사 3~5명씩이 붙어 팀제로 교육을 진행한다. 여기서 받은 교육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자신감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여름에는 캠프를 가고 겨울에는 스키도 탄다. 15명의 축구교실 어린이들은 지난 주말 경기 광명까지 원정 경기를 다녀왔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김 교수가 말하는 특수교육의 핵심은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강도 높은 운동이 아이들의 흥미를 높이는 데 제격입니다. 격렬한 운동이 실제로 효과가 좋다는 것이지요. 정신적으로도 지도자와 진한 교감을 나누면서 자폐아들은 조금씩 사회성을 키워나갑니다." 자폐아들은 처음 김 교수와 마주치면 눈조차 맞추지 않는다. 하지만 한 달 후 스스럼 없이 다가와 안기거나 팔짱을 낄 정도로 진척을 보이기도 한다.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는 학부모를 볼 때 김 교수는 보람을 넘어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에는 학교 근처 장애아들이 왔는데 이제는 인천이나 경기 성남, 부천에서도 찾아온다. "제한된 인력과 시설로 한 반에 30명씩밖에 받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에어로빅이나 왕복 달리기 같은 것을 동네 놀이터에서 시도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도 꾸준히 하다 보면 월등히 잘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게 포기하거나 방치한다면 아이들은 정말 슬퍼할 겁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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