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민간 소비 침체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에 비해 4.6% 성장하는데 그쳤다. 특히 4·4분기 성장률이 3.3%에 그쳤지만, 한국은행은 "이제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4.6%를 기록했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5% 안팎의 성장률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제시했던 추정치 4.7%를 다소 밑도는 수준이다.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수출과 제조업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내수와 서비스업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양극화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전년(92.5%)보다는 하락했지만 85.4%로 여전히 내수의 성장 기여율(14.6%)을 압도했다. 또 제조업의 성장 기여율은 전년 46.1%에서 65.0%로 크게 높아진 반면, 서비스업은 24.7%에서 13.4%로 대폭 하락했다.
업종별로 보면 농림어업은 기상여건 호조로 전년 대비 7.4%, 제조업은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 수출관련 업종의 호조로 11.4% 성장했다. 반면 건설업과 서비스업은 각각 1.7%, 1.3% 성장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4·4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에 비해 3.3%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2003년 3·4분기의 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계절 조정을 통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3·4분기 0.8%에 이어 0.9%를 기록하면서 0.6~0.7%였던 상반기에 비해 미미하나마 회복세가 감지됐다.
특히 민간 소비가 지난해 연간으로 0.5% 감소하면서 2년 연속 부진을 보이기는 했지만, 4·4분기에는 0.6% 증가하면서 6분기 연속 이어져 온 마이너스 행진을 마감했다. 또 2003년도 성장을 까먹었던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전환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3년 _1.2%에서 지난해에는 3.8% 증가했다.
이같은 지표를 근거로 우리 경제가 최소한 작년보다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병화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아직 경기 저점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민간 소비 회복 등의 지표를 볼 때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유가와 환율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데다 고용 사정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저점 통과 여부를 쉽사리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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