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에반 린씨네 가족은 7년 전 중국 남부에 의류 공장을 차리면서 30년 대만 생활을 마감하고 대륙으로 이주했다. 린씨네는 현재 중국 종업원 300명을 거느린 채 대만과 미국으로 수출해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싫어하고 대만에 자부심을 갖는 린씨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는 "대만을 자신들의 일부로 여기는 중국의 생각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만 독립을 밀어 붙이는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을 열렬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대만의 민심 때문에 중국은 답답하다. 장기적으로는 대만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잘못된 것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개방이라는 당근을 선사한 지가 20년이 넘었지만 대만인은 여전히 중국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2일 대만 경제부와 국립정치대학의 조사 결과를 인용, 대만과 중국이 경제에서는 돈독한 관계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남남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만 정부가 15년 전 경제 분야에서 대중국 봉쇄정책을 풀기 시작한 후 대만인 수 십 만 명이 중국에서 살거나 일하고 있고 대만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1,000억불을 넘어섰으며 양국간 무역거래가 10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은 대만의 최대 수출국이다.
신문은 그러나 대만인들의 지갑이 두둑해진 것과는 정반대로 중국을 바라보는 대만인들의 시선은 차갑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자신의 뿌리가 중국이라는 대만인이 1994년 약 23%에서 2004년에는 약 3%로 크게 줄었다. 반면 대만이라고 답한 사람은 2배 이상 늘었다.
중국을 더 애타게 하는 것은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대만인의 마음. 대만이 실제 독립을 추진할 경우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없으니 중국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중국과 대만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사 결과 대만과 중국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대만인 수는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이 만든 반국가분열법은 ‘불 위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천수이볜 총통이 "중국과 잘 지내 보겠다"고 선언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중국이 뒤통수를 때렸고 이 때문에 중도성향의 대만인들마저도 중국에 대해 적대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린씨는 "중국 시장에 기대고 있다 해서 중국에 아부할 필요는 없다"면서 "중국도 한 나라고 대만도 또 다른 한 나라"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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