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구 증권거래소)를 방문했다.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첫 공식 방문지로 거래소를 택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파격’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증시 반응은 냉랭했다.
증시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던 상황이긴 했지만, 이날 주가는 무려 13.07포인트(1.32%)나 빠졌다. 증시 방문 이튿날 한 부총리가 정례브리핑에서 "누가 오더라도 증시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자평했지만, 다분히 그의 자의적 해석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과거 증시는 재무부 장관이나 경제부총리가 증시를 방문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한 부총리가 ‘주가가 오르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할 만큼, 과거에는 부총리가 뜨면 정부 입김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적극 나서 주가를 끌어올렸을까.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992년 이후 재무부 장관이나 경제부총리가 거래소를 방문한 경우는 한 부총리를 포함해 모두 4차례였다. 92년 이용만 재무부장관이 방문했을 때는 2.73%(12.54포인트) 올랐고, 97년 10월 강경식 부총리 때도 0.46% 상승했다. 그러나 97년 11월 26일 임창열 경제부총리 방문 때는 한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주가가 내렸다.
경제총수의 방문이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자. 증시에서는 한 부총리의 방문을 과거 부총리들과 비교하며 말만 앞선 이벤트성 행사로 여기고 있다. 한 부총리가 "자본시장은 시장경제의 꽃이며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길 기원한다"고 밝혔으나, 주가에 보탬이 되는 구체적 행동을 하지 않은데 대해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진념 부총리는 2001년 일반 투자자가 찾지 않는 거래소 대신 투자신탁회사 객장을 방문해 1,000만원 짜리 장기증권저축에 가입했으며,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인 김진표 현 교육부총리도 시중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첫 선을 보인 ‘코리아 ELF(주가연계펀드)’에 직접 가입했다"고 소개했다. 신임 부총리가 증시 활성화를 원한다면 말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라는 게 시장의 요구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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