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장 경선 판세가 ‘문희상·김두관·유시민’ 등 3강 구도를 띄면서 나머지 후보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여론조사 순위가 경선 결과로 이어진다면 여성 몫 상임중앙위원으로 자동 선출되는 한명숙 후보 외에 한명만 상임중앙위원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큰 소리친다. 그러나 현실을 타개할 뾰족한 수단이 아직 마땅치 않다는 게 한결 같은 고민이다.
당권주자 중 최다선인 4선의 장영달 후보의 고전은 의외다. 개혁을 내세운 장 후보는 당초 재야파 단일후보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실용파를 대표하는 문 후보와 1위 다툼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구개혁당 출신 대의원들의 지지에 기반한 김두관, 유시민 후보가 개혁명분을 선점하며 치고 나간 형국이다. 재야파 리더인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 다른 후보들의 반발 가능성을 의식, 한 발 비켜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 후보는 22일 "현 여론조사는 일부 열성 대의원의 표심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재야파)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장 후보는 향후 연대전략에 대해 "한명숙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속내를 비쳤다. 김·유 후보와 손잡아봐야 개혁당파의 응집력이 워낙 강해 1인2표제 아래선 얻을 표가 없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대안이다.
여론조사결과를 못 믿기는 염동연 후보도 마찬가지다. 염 후보는 "호남 표가 결집하고 구민주당 출신 대의원이 뭉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염 후보는 김 후보 등 구개혁당 출신들의 당권장악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위기를 느낀 실용파 대의원들의 표가 응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원웅 후보는 구개혁당 출신임에도 김두관·유시민 후보의 기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그는 "1순위 득표율은 괜찮은 데 2순위 득표에서 크게 밀려 생각만큼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다"며 "개혁당 표를 독점하려는 유 후보의 배제투표 전략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어려울수록 당원과 함께하는 사람임을 역설하는 정공법에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후보는 "타 후보와 달리 지방조직도 없고 스킨십이 부족해 초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약세일 뿐"이라며 "수도권의 중앙위원 선거가 끝나 초·재선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후보는 실용 진영의 대의원은 물론 20·30대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유 후보를 집중 견제한다는 전략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여수=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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