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ㆍ해ㆍ공을 아우르는 세계 최고의 종합 물류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지요. 대한항공을 세계 정상 수준에 올려 놓는데 앞장섰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국내 민간항공 역사의 산 증인으로 꼽히는 조중건(72) 대한항공 전 부회장이 30여년의 항공인생을 회고하는 자서전 ‘창공에 꿈을 싣고’를 출간했다.
조 전 부회장은 "‘꿈이 없는 삶은 단 1초도 살지 말라’는 내 인생의 좌우명을 실천하기 위해 지구촌 구석구석을 쉴 새 없이 달렸다"며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향한 진취적인 기상을 심어주기 위해 이 책을 냈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개인 가족사는 물론, 한진그룹의 탄생과 대한항공의 성장사를 담고 있는 이 자서전에는 한진상사가 당시 적자로 파산 직전에 내몰린 국영 대한항공공사(KAL·대한항공 전신)를 인수하게 된 배경이 생생히 담겨져 있다.
조 전 부회장은 "고 박정희 대통령의 명령에 가까운 권유로 KNA를 인수하게 됐다"며 "적자투성이 회사는 절대 인수하지 않겠다던 형님(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내 임기 중에 우리나라 국적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보는 것이 소원’이라던 박 대통령의 인간적인 설득에 마음을 돌려 인수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베트남에서 미군과 군수물자 수송 계약을 맺으면서 하역 작업시 계약을 어길 경우 100배로 보상하겠다는 약속으로 일본의 하역 요금보다 3배나 높은 가격을 관철시켰던 일화도 나온다. 또 1971년 4월 첫 미주 화물노선에 실을 짐이 없어 취항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당시 주력 수출품인 가발 제조업체들을 찾아 전국을 샅샅이 돌아다닌 일도 소개돼 있다.
조 전 부회장은 자서전에서 한국전 당시 북한 의용군 차출을 피하기 위해 90일 동안 지하실에 숨어 지내야 했던 경험과 식당에서 접시 닦기를 하며 버텨낸 미국 유학시절 일화 등 거대 항공사의 최고경영자(CEO)라는 화려한 타이틀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뒷얘기를 인간미 넘치게 전하고 있다.
그는 또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나라가 죽는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을 빌어 한국 사회의 경쟁력이 젊은 인재에서 출발한다는 믿음을 역설했다.
조 전 부회장은 "한국의 경제와 산업이 힘을 잃은 것도 한국사회의 조로(早老)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도전하는 나라에 희망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의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의 동생인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수송학을 전공하고 1959년 한진그룹의 모태인 한진상사에 입사했다. 97년 대한항공 부회장 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한진그룹을 세계적인 수송물류 전문기업으로 키우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현재 장학사업을 위해 화암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 기념회는 25일 오후6시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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