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훈(60) 금호건설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디지털 CEO’다. 올해로 환갑을 맞는 ‘해방둥이’지만 컴퓨터 휴대폰 등 최신 정보기술(IT) 기기를 사용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적용하는데 있어서는 젊은 직원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신 사장은 아날로그식 사고와 관행이 뿌리깊은 건설업계에 디지털 경영을 성공적으로 착근시킨 CEO로 정평이 나있다.
일례로 신 사장은 웬만한 휴대폰 제조업체 사람들보다 휴대폰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휴대폰에 7개 범주별로 1,000명의 연락처를 일일이 수록해놓은 것은 기본이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만난 사람, 시간, 장소, 이메일 주소, 모임 주제 등을 모두 저장해놓는다.
신 사장은 특히 문자메시지에 강하다. 직원, 친지 등 지인들의 경조사 때면 어김없이 직접 문자메시지를 날린다. 아내와 자녀, 며느리와 사위, 손녀와 매일 하루 한차례씩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주고 받는다. 그래서인지 신 사장은 10대 ‘엄지족’처럼 휴대폰 자판을 보지않고도 문자메시지를 칠 수 있다.
신 사장의 숙련된 ‘엄지 손가락’은 회의 때 십분 능력을 발휘한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진행될 때 신 사장의 손가락은 테이블 밑에서 열심히 휴대폰 자판을 누른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비서로부터 간단한 자료를 보고받아 즉석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신 사장은 "사장단 회의 때 갑자기 경영실적이 생각나지 않아 슬쩍 테이블 밑으로 휴대폰을 꺼내 문자메시지로 실적을 전달받아 브리핑을 했더니 회장께서 ‘환갑 나이에 그런 세세한 자료까지 다 기억하느냐’며 놀라신 적이 있다"며 휴대폰과 얽힌 비사(?)를 털어놓았다.
신 사장은 단순히 IT 기기를 활용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효율성을 극대화한 디지털 경영기법을 실제 경영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키고 있다. 2002년 취임과 동시에 ‘지식관리시스템’(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한데 이어 ‘위기 관리’(Risk Management), 인터넷을 통한 ‘현장 관리’(lower management), ‘전사적 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 최신 경영 기업을 도입해 경영에 접목시켰다.
신 사장의 디지털 경영으로 금호건설은 두 달에 한번씩 본사와 전국의 모든 현장을 인터넷으로 연결, 실시간으로 아침 조회를 한다. 현장별 원가관리등 모든 회계 시스템도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신 사장은 "회사 정보를 네트워크화 하면서 업무 효율성 향상 및 회계 투명화는 물론 현장 근로자와 본사 직원간 일체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업무에서는 디지털의 속성인 신속함, 정확성, 투명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는 더없이 감성적이다. 직원 생일에는 직접 이메일을 작성하고, 꽃다발을 가정에 보내는 등 회사와 가족의 일체감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인다. 신 사장은 "그것은 회사가 절박했던 시절 묵묵하게 회사를 위해 노력해준 직원들에게 대한 최소한의 성의"라고 말했다.
2002년 최고정보책임자(CIO)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건설업체 사장으로 취임한 신 사장은 이 같은 ‘디지털 감성 경영’을 토대로 불과 3년여 만에 눈부신 경영성과를 일궈냈다. 취임 당시 부도 직전 상황에 처했던 회사 조직과 마인드를 쇄신시키고, 협력업체를 슬림화, 효율화하는 작업을 통해 금호건설을 우량 건설사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금호건설은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취임 당시 369%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160%대로 낮아졌다. 이 같은 경영 성과는 시장의 평가로 이어져 지난해 금호건설의 주가는 무려 410.44%나 상승, 국내 상장사 가운데 주가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회사 신용등급도 BB+에서 BBB-로 올라섰다. 신 사장은 "그동안 직원과 협력업체의 노력과 협조로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윤리 경영과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통해 내실을 다져 국내 최고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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