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전북 부안 원전수거물 폐기시설 반대시위 중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부상한 피해자에 대해 경찰이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경찰의 과잉진압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21일 ‘핵폐기장 백지화·핵발전소 추방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 김인경 공동대표 등 3명이 "2003~2004년 부안 원전시설 설치 반대집회에서 경찰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전북경찰청장은 폭력시위에 가담하지 않았는 데도 과잉진압으로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은 피해자에 대해 치료비 등의 손해를 배상하고, 피해자료를 제출한 문규현 신부 등 38명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률구조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사태를 조기수습하지 못한 책임은 경찰청장 개인뿐 아니라 보조·보좌기관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에도 기인하므로 경찰청의 감독기관인 행정자치부 장관은 경찰청에 대해, 경찰청은 전북경찰청에 대해 경고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가 기관장이 아닌 기관에 권고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경찰청장 훈령인 ‘채증활동규칙’을 개정해 시위 참여자뿐 아니라 경찰관의 불법행위도 의무적으로 채증하도록 하고, 과잉 및 폭력진압과 관련해서는 경찰관과 지휘책임자를 자체조사해 징계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진정 내용 중 ▦음주진압 ▦현수막 부당 철거 ▦성희롱 등 기타 인격권 침해 부분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김종규 부안군수 폭행사건 시 내소사 경찰력 투입은 국가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라는 이유로 각각 기각했다. 대책위 김 대표는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폭도’로 몰려 큰 고통을 당한 부안군민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환영했다.
2003년 7월 부안군의 원전시설 유치를 저지하기 위해 부안군 농민회와 지역 종교인들이 만든 대책위는 주민동의 없는 원전유치에 반대하며 2004년 2월까지 화염병과 가스통을 동원한 대규모 과격시위를 벌였다. ‘부안사태’로 불린 일련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정부는 수만명의 경찰을 부안에 상주시켰고, 이 과정에서 40여명의 주민이 구속되고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편 부안군은 이날 시위과정에서 사법처리된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정부에 요청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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