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사자’ 비제이 싱(피지)이 초라한 즉위식 속에 ‘황제’에 재등극했다. 또 한때 역전 우승까지 넘봤던 ‘탱크’ 최경주(35·나이키골프)는 공동 8위에 그쳤다.
싱은 21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골프장(파72·7,267야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협회(PGA)투어 베이힐인비테이셔널(총상금 5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케니 페리(미국·276타)에 2타차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로써 싱은 타이거 우즈(미국)가 공동 23위(1언더파 287타)로 처진 덕에 7일 그에게 빼앗겼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15일만에 되찾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우즈에게서 ‘제위’를 이양 받았을 때와는 달리 즉위식은 초라했다.
싱은 당시 도이체방크챔피언십 우승컵을 당당히 들어올리며 황제 등극을 자축한 반면 이번에는 페리의 통산 8번째 우승의 들러리 역할에 만족해야 했던 것.
17번홀(파3) 페리의 보기로 공동선두로 올라선 싱은 ‘제위 탈환’의 세리머니를 역전 우승으로 장식하려고 꿈꿨다. 하지만 18번홀(파4)에서 174야드를 남기고 핀을 향해 쏘아 올린 싱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앞 연못에 빠졌고 결국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2온, 2퍼트로 홀을 마감한 페리에게 우승컵을 넘겼다. 14일 혼다클래식 2차 연장전에서 76㎝ 파 퍼트를 놓쳐 준우승에 그쳤던 싱으로서는 우승을 코앞에 두고 최정상급 선수로서는 믿기지 않는 실수를 2주 연속 저지른 셈이다. 싱은 "우승컵을 내주고 얻은 세계 1위"라며 " ‘빅딜’치고는 좀 쑥스럽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우승자 페리, 싱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최종 라운드를 치른 최경주는 버디 4개, 보기3개, 더블보기2개 등 어수선한 경기 끝에 3오버파 75타로 부진했지만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8위에 올라 올시즌 처음 ‘톱10’에 입상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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