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촌이라서 그런지 일본 시마네현 사람들은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멀쩡한 남의 땅을 자기 땅이라 우겨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하루 아침에 생각지도 않은 볼거리와 일거리를 만든단 말인가. 늘 남의 나라를 넘보고만 살던 자들이라 그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나, 진실을 도외시한 맹목적인 광신이야말로 야만과는 불과 한걸음 차이일 뿐이다.
문명은 불만을 낳지만 야만은, 메이슨 쿨리가 지적하듯 스스로의 종말을 앞당길 뿐이라는 사실을 왜 모른단 말인가. 16세기 말 임진왜란에 이어 35년 간 저들의 식민지가 되어 온 나라와 민족이 참혹함을 겪은 지가 어언 반세기가 넘었건만 우리는 왜 아직도 똑같은 역사의 악몽에 시달려야 하는 것일까.
역사의 악순환은 처칠에 의하면,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나머지 어쩌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결단과 행동 대신 우유부단함으로 방치할 때 생기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는 독도가 분명 우리의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온 것이 결국 오늘의 사태를 유발하고, 다시 국민들의 마음 속에 일본 군국주의의 악몽을 재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청산을 미루다 과거의 태산을 만든 셈이다. 이는 오늘날 남북문제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것인 만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이번 시마네현의 조례안 통과는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어리석은 실수를 최대한 이용해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을 알리고 이번 기회를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있어서는 선보다는 악이 더 훌륭한 의사 내지 처방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에 대한 상대방의 잘못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더욱 깨우치고 바로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실수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더 통쾌한 복수 내지 보상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선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저들의 주장은 벚꽃처럼 화려할지는 모르나 열매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남의 것을 탐내는 자는 궁극적으로 얻기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왜 저들의 마음이 저렇듯 왜소한지, 자기들의 과거와 과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한 더 큰 반감과 더 많은 책임 및 배상 요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최병현 호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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