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여야,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에 한 목소리로 분노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일본 덕분에 그간의 반목을 잊고 오랜 만에 국민통합을 이뤘으니 일본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든다. 특히 행정도시 이전 찬성당론을 둘러싼 당내 비주류의 저항도 독도문제에 묻혀 당분간은 잠잠해 질 것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일본에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분노를 넘어 문제를 차분하게 바라다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독도의 날’ 제정 소식을 듣는 순간 머리에 떠오른 것은 ‘쌍끌이’라는 단어였다. 배가 양쪽에서 끄는 어업방법을 의미하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이 단어가 국민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김대중 정부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1999년 일본과 새 어업협정을 맺으면서 멍청하게도 이를 빼먹어 어민들, 특히 부산지역 어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어 가뜩이나 곱지 않았던 부산민심이 폭발했던 것이다.
쌍끌이 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그 이상으로 이 협정에서 중요한 것은 독도 근처를 한일 공동관리수역으로 해야 한다는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간수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일본이 독도와 그 영해에 대해 자국의 영토와 영해라고 주장할 근거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김대중 정부는 근거 없는 우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일본측 보도에 따르면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이 한일어업협정에 따른 독도 근해의 중간 수역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는 첫 한일정상회담의 경우 하필 현충일이냐는 비판을, 얼마 전의 정상회담의 경우 하필 정한론의 대표주자의 고향인 가고시마에서 회담을 하느냐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일본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는 소위 ‘조용한 외교’를 펴왔다. 그러나 그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인가.
정작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영토주장 등 동북아의 주요 열강들이 앞으로 우익민족주의의 흐름을 보이면서 서로를 자극,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 그리고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우리사회에도 우익 민족주의의 흐름이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주변 열강들의 팽창주의적 민족주의에 대항해 우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민족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이를 넘어서 위험하고 공격적인 우익민족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그 한 예가 그동안 노무현 정부를 좌파라고 비판해온 대표적인 극우 논객 이문열씨의 반응이다.
이씨는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지정에 대해 을릉군이 일본의 공식적인 국가명칭을 왜국이라고 부르는 조례를 정하는 것이 괜찮겠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북한이 원하면 독도를 대일방어용 미사일기지로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기이한 ‘민족공조론’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물론 이 주장은 반일과 민족이 반공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으로서, 최근의 친일청산논란과 관련해 "친일보다 더 위험한 것이 친북"이라며 친일을 옹호하고 있는 또 다른 극우 논객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의 논리와 비교할 때 진일보한 면이 있다. 그러나 북한으로 하여금 독도에 대일미사일기지를 짓도록 허가해줘야 한다는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극우민족주의적 사고이다.
9.11테러가 보여주듯이 테러리즘이 무서운 것은 인명피해나 공포 그 자체가 아니라 테러와 싸우기 위해 불가피하다며 이루어지는 자유의 제약 등 민주주의의 파괴이다. 9.11테러이후 미국이 제정한 애국법이 이를 잘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일본과 중국의 팽창주의적 민족주의 흐름이 우리에게 극우민족주의 바람을 불러오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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