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집-공부야 놀자/ 교육칼럼 - 형제끼리 자녀를 비교말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집-공부야 놀자/ 교육칼럼 - 형제끼리 자녀를 비교말라

입력
2005.03.21 00:00
0 0

부모들은 "형처럼만 해봐라" 또는 "동생보다 못하냐?"는 식으로 핀잔을 주어 자녀를 속상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에게도 배울 것이 있는데, 남도 아닌 형제끼리 서로 좀 보고 배우라는 말이 뭐 잘못된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누구보다도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엄마가 이모처럼 상냥하면 좋겠어요. 아빠는 삼촌처럼 돈 좀 많이 벌 수 없나요?"라고 아들딸이 불평한다면 부모들은 혈압 꽤나 오를 것이다.

열등감 연구로 유명한 아들러(Adler)는 형제 서열에 따른 보편적 심리 상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아이는 동생이 태어나면 부모로부터 헌신적 관심과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동생에게 빼앗기고 만다. 이로 인하여 생기는 분개는 동생과 부모에게로 향하게 된다. 둘째 아이는 형처럼 헌신적인 사랑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이 태어나도 형과 같은 박탈감이 덜하다.’

연전에 필자가 초중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언제 부모에게 가장 실망했는가?"를 물었을 때, 2,500명의 아이들 중 약 175명이 ‘부모의 편애’를 들었다. 편애에 대한 불만은 형의 위치에 있는 아이가 동생의 위치에 있는 아이들에 비해 2.2배 많았는데, 이는 아들러의 관점이 비교적 틀리지 않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부모의 관심을 빼앗긴 형은 동생을 괴롭히고 때리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려 드는데, 부모가 약한 동생을 감싸고돌면 그 서운함이 좀처럼 치유되지 않는다.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의 위치에 서야 부모의 보호를 받게 된다는 것을 성장하면서 깨닫게 되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러한 깨달음이 바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난 왜 동생으로 태어나지 못했을까?" 하고 푸념하며 신세를 한탄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한편 편애에 대한 실망 사례는 여아가 남아에 비해 3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우리 나라 부모들의 남아 선호 사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 아이들은 동성 형제와 차별대우를 받을 때 더 실망하고, 여자 아이들은 오빠 또는 남동생과 차별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

"오빠가 공부를 안 하면 나를 때린다고 하더니 정말로 엄마가 나를 때렸다. 엄마가 나를 침대로 밀어 던져서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병이 났었는데, 그 때 일은 정말 못 잊을 것이다."(고1 여학생)

부모들은 과연 정말로 딸이나 아들 혹은 형이나 동생 중 어느 한쪽만을 진심으로 편애하는 것일까? 노골적으로 자식을 편애하는 부모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부모들은 자식을 공평하게 사랑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열등감으로 인해 편애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되고, 그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부모가 자기를 덜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점점 믿게 된다.

칭찬받을 일과 야단맞을 일을 구분하고 똑같은 잣대로 자녀들에게 상벌을 주면 편애의 느낌을 없앨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공평한 기준 때문에 오히려 편애의 느낌이 강화될 수도 있다. 능력이 출중한 자녀는 늘 상을 받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열등한 자녀는 벌을 더 많이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녀마다 상벌의 기준을 다르게 두면 아이들은 부모가 이중적이고 예측불가라고 불평하게 된다. 결국 아이들은 어떤 일의 공과를 따져 칭찬받고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로 무조건 사랑받기를 원한다.

아이들을 골고루 행복하게 키운 부모들의 노하우는 재능과 개성이 다른 아이들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사랑하는 데 있다고 한다. 개별적인 사랑이란 부모가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세상에는 너 하나 밖에 없다는 듯이 놀아주는 것, 형 또는 아우와 비교하지 않는 것, 아이의 작은 성공에도 아낌없는 칭찬을 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아이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에 창의력과 잠재력이 계발되고 바람직한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신규진 서울 경성고 상담전문교사 ‘가난하다고 실망하는 아이는 없다’ 저자 sir90@cholian.net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