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제 해고야!" 수많은 종업원들을 울렸던 이 말이 이젠 스타급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하고 있다.
기업신화의 주인공들이 고위공직자에나 적용되던 엄격한 잣대 때문에 낙마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월가에는 기괴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CEO 제국의 신화가 무너지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낙마한 CEO들의 다양한 귀책사유를 유형별로 정리해본다.
◆ 경영실적 부진 = 돈을 벌지 못하면 물론 해고된다. 지난달 휴렛팩커드(HP)에서 해임된 칼리 피오리나는 6년 연속 포천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로 선정됐지만 컴팩과의 합병후 실적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소니신화’를 주도한 이데이 노부유키도 콘텐츠분야에 의욕적으로 진출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로 자의반 타의반 물러났다.
◆ 도덕성 문제 = 게다가 신변문제도 깨끗해야 한다. 7일 경질이 결정된 보잉의 해리 스톤사이퍼는 20세 연하의 여성임원과 주고받은 은밀한 이메일 흔적이 들통났다. 2003년 CEO에 복귀한 후 보잉의 주가를 두배나 끌어 올렸는데도 회사의 윤리강화 방침에 따라 불명예 퇴진할 수밖에 없었다.
◆ 이미지 실추 = 마이클 아이스너는 20년간 매출을 20배 가까이 늘리며 디즈니사를 세계 최대 복합미디어기업으로 키워냈지만, 경영분쟁 등 그룹내분에 대한 언론보도로 인상을 구겨 낙마했다.
AIG의 모리스 그린버그는 AIG를 세계 최대 보험사로 만들어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담합입찰 혐의 등에 조사가 확대됨에 따라 15일 해임이 결정됐다.
◆ 회계부정 연루 = 과거 기업인에게 장부 조작은 범죄가 아닌 기술의 영역에 속했다. 이제는 해고는 물론, 옥살이까지 해야 한다. 110억 달러의 회계부정사건으로 기소된 월드컴의 전 CEO 버니 에버스는 15일 유죄평결로 우울한 여생을 보내게 됐다. 그는 법정에서 ‘모르쇠(know-nothing)’ 전략으로 일관했지만 배심원단은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로써 ‘인수합병 제조기’, ‘텔레콤계의 풍운아’로 불리며 가장 극적인 아메리카 드림으로 평가 받아온 에버스의 성공신화는 막을 내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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