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역이 일요일 한때 일본발 지진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20일 오전 10시53분께 발생한 지진의 진앙은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앞바다였다.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서울 등 지진에 무관심했던 상당수 지역이 심한 충격을 받았다.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관련기사 A10면
경상남북도 일부에서는 진도 4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서 진도 2~4의 진동이 감지됐다. 진도 4는 그릇, 창문 등이 흔들리고 진도 2는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는 정도를 뜻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1978년 계기관측이 시작된 이래 일본발 지진으로 서울이 흔들린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 랴오닝(遼寧)성 하이청(海城)에서 75년 발생한 지진(리히터 규모 7.3)으로 서울에서 진도 3의 진동이 관측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지진은 후쿠오카에서 북서쪽으로 약 45㎞ 해역, 해저 9㎞ 지점에서 발생했다. 후쿠오카는 우리나라와 가장 근접한 일본 본토 중 하나로 진앙은 경남 남해안과 직선 거리로 불과 170㎞. 서울이 지진 영향권 안에 들어갔으나 도쿄(東京)에서는 거의 흔들림이 없었다. 이는 진앙과의 거리가 서울(500㎞)이 도쿄(890㎞)보다 훨씬 가깝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지진은 리히터 규모 7.0의 강한 지진으로 분류됐다. 규슈(九州) 지방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997년 5월 이래 8년 만이며 지진에 따른 해일주의보가 내려지기는 9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지진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 이정모(지질학과) 교수는 "지진 파장의 감쇄 속도는 지질 종류로 볼 때, 결정(結晶) 사이에 공간을 가진 퇴적암에서는 커지고 결정이 단단해 공간이 거의 없는 화강암에서는 작아진다"며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지진이 퇴적암 지대에서 발생해 지진파의 감쇄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해안에 미친 지진해일(쓰나미)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과 관련,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의 형태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며 "단층이 수직으로 움직일 경우 쓰나미 피해가 크지만 수평으로 움직이면 훨씬 덜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하자 후쿠오카시 동해 일대 해안과 나가사키(長崎)현 이키(壹岐), 쓰시마(對馬島) 일대 해안에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했다 정오께 해제했다. 지진으로 규슈 전역의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됐으며 75세 할머니가 무너진 벽에 깔려 숨지고 5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최소 규모 4.2이상의 여진이 여러 차례 발생,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우리 기상청도 이날 오전 11시20분부터 우리나라 남해안과 동해안, 제주도에 지진해일 주의보를 발령했다가 낮 12시30분을 기해 해제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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