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살려야 하는 것일까.
18일 한 여성의 안락사를 허용한 플로리다 주 법원의 결정에 대해 미 연방의회가 긴급 회의를 열어 제동에 나섰다. 미 의회는 하루만인 19일 ‘식물인간 생명연장 특별법안’을 전격 상정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신속한 법안 승인을 위해 휴가 중인 텍사스에서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15년째 식물인간으로 사는 테리 시아보(41·사진)의 죽음을 막기 위해 벌어진 일이다. 특별법안은 시아보의 사례에 국한한 2쪽 분량으로 주 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의 최종결정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 상원은 하원이 법안 심의 통과를 위해 부활절 휴회기간에 특별회기를 열 수 있도록 의결했고,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즉시 상원도 바로 통과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월요일까지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해 발효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시아보가 입원해있는 플로리다의 병원 바깥에서는 그를 살려야 한다는 시위자가 늘어나고 있다.
시아보는 1990년 심장발작으로 인한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된 후 영양공급장치에 의존해 살아왔다. 의사들은 일찌감치 회복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남편은 98년 "아내가 사고 이전에 인위적인 생명연장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며 주 법원에 안락사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아보의 부모는 딸이 회복될 것이라며 법정공방을 벌였다.
이 사건은 2003년 주 지사가 개입하면서 정치적인 문제로 커졌다. 주 법원이 영양공급장치 제거를 허가했으나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 지사가 법원판결을 뒤집는 ‘테리법’을 전격 제정해 6일만에 영양공급이 재개된 것이다. 안락사에 대해 형보다 더 절대불가의 입장을 고수하는 부시 주지사의 결정에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단체, 언론 등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결국 16일 주 법원은 의학적으로 가망이 없다는 소견을 받아들여 18일자로 시아보의 영양공급장치 제거를 최종 허가했다. 그러나 미 의회의 결정으로 안락사 논쟁은 당분간 미국을 뜨겁게 달굴 이슈가 될 전망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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