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조례안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한·일 우호 기조를 잊지 말고 신중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라"고, 마치무라 외상은 "지자체의 행동에 중앙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한국과 우호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다케시마의 날’제정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남은 것은 일과성에 지나지 않는 한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일뿐이다.
실제로 한국은 과거에도 일본의 피상적 사과 한마디에 언제 그랬냐는 듯 ‘미래지향적 선린우호’관계를 이어왔다. 이제 일본의 독도침탈 저의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우리의 대응전략도 근본적으로 수정할 때가 됐다. 국익 최우선주의를 취하는 일본에 대항해 치밀한 외교적 전략과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먼저 주시해야 할 것은 일본의 뿌리깊은 제국주의적 영토관이다. 2차 대전 종전 후 연합국은 일본의 영토범위를 4개의 큰 섬과 1,000개의 제소도로 규정했다. 연합국은 일본의 집요한 요구에 밀려 역사적 뿌리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아이누모시리(홋카이도)와 유구국(오키나와)을 일본 영토에 귀속시키는 오류를 범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영토론은 태생부터 제국주의적인 침략성을 내포하게 됐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관심 역시 필사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때마다 ‘망언’으로 치부하며 무시해왔다. 결국 저들의 의도를 간과한 ‘조용한 외교’가 오늘의 분란을 야기한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독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본은 1954년 한국에 국제사법재판소의 중재를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 평화선으로 철저히 보호받는 한국의 독도영토주권을 훼손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실 일본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해결할 생각도 없다. 단지 한국의 영토주권을 훼손하겠다는 저의가 있을 뿐이다. 실제로 일본은 러시아(쿠릴열도 4개섬)와 중국(조어도)과의 영토분쟁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의 중재를 거부하고 있다. 조어도는 일본이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고, 쿠릴열도의 4개섬은 국제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독도 역시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엄연한 한국 땅이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 운운하는 것이 우리의 독도영토주권을 훼손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우리의 외교적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일본과 영토분쟁국인 중국, 러시아와 공조할 필요도 있다. 특히 중국은 일본의 침탈의도에 적극 대응하는 한국의 독도정책에 박수를 보내고 있고, 러시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은 51년 대일평화조약에서 ‘쿠릴열도의 영유권을 포기한다’고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청일전쟁 중에 은밀히 불법편입 조치한 조어도를 지금껏 점유하고 있다.
향후 한중러 3국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일본과 영토문제가 타결될 경우 이에 따른 파장은 상당히 클 것이다. 사실 일중간의 분쟁은 일본이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는 상태이고, 일러 간에는 러시아의 ‘2도 양도’안과 경제지원을 명목으로 한 일본의 ‘4도 확보’ 안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이들 도서들은 일본에 유리하게 해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결국 독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한중러 3국이 동조하여 일본의 영토침탈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과의 동조도 힘이 될 것이다.
최장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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