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유시민 후보가 상당 수 후보들의 공동 표적이 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유 후보 공격엔 386 그룹의 송영길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유 후보를 "분열적 개혁론자"라고 몰아붙였던 송 후보는 16일 밤 SBS 토론회에서 "완장 차고 하는 개혁은 경계해야 한다. 국민과 당에 상처를 주는 개혁은 당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국보법 폐지론자였던 유 후보가 당론을 포기하고 전원위원회에서 자유투표를 하자고 한 것은 모순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송 후보가 김두관 후보에게 비슷한 질문을 계속하자 유 후보는 송 후보에게 "나에게 물을 것을 다른 후보에게 물었는데 반칙"이라고 쏘아붙여 감정대결이 벌어졌다.
송 후보의 공세는 젊은 층, 개혁성향 대의원들 사이에 자신과 함께 강세를 보이는 유 후보를 집중 견제함으로써 이들 표를 석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 후보 때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용파의 대표 주자인 문희상 후보는 토론회에서 송 후보에게 "분열적 개혁주의가 뭐냐"고 물어 유 후보를 공격할 기회를 주었다. 염동연 후보도 민주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유 후보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문, 염 후보의 이런 태도에도 나름의 선거전략이 깔려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게 중론이다. 송 후보측 핵심 관계자는 "그 동안 당 운영과정에서 보여준 유 후보의 독선적 행태를 이 시점에서 제기해 공론화 하지 않으면 당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의 한 의원도 "특정집단의 강경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 후보가 지도부에 진입하는 것은 당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이에 유 후보측은 발끈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송 후보가 어렵다고 네거티브 전략을 쓰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유 후보가 지도부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은 사적 감정에서 나온 억지"라며 "그런 판단은 당원과 대의원들이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유 후보가 경쟁자들의 포위를 뚫고 살아남을 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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