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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독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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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독도 문학

입력
2005.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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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의 에세이는 세상 글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산문으로 꼽힌다. 그의 산문집 ‘섬’에는 형용하기 어렵도록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가슴을 뒤흔들어 놓는 명문이다. '오늘 처음 이 ‘섬’을 펼치게 되는 낯 모르는 젊은 독자를 부러워한다>면서 카뮈가 인용한 구절이기도 하다. '혼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이나 하곤 했다.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 섬을 다룬 에세이 네 편 중 ‘케르겔렌 군도’를 여는 문장이다. 삶에 대한 예리하고 경건한 각성, 자유롭고도 명석한 사유, 열정과 절제가 균형을 이룬 문체는 세계인의 공감을 자아낸다. 예이츠의 명시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에서도 섬은 구도적 공간이다.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 통 하나/ 벌들이 잉잉대는 숲속에 혼자 살리…> 섬은 특히 지친 문인의 귀거래 문학적 목적지다. 세상에 섬처럼 완벽한 시적 무대가 없기 때문이다.

■ 독도 역시 문학적 상상력을 부력 삼아, 겨레의 마음 위에 떠 있다. 울릉도 도동항 망향봉에 오르면 정상에 이정표가 느닷없다. ‘독도까지 거리 92km.’ 맑은 날이면 독도가 보인대서 올랐건만, 그날은 옅은 안개가 섬을 가리고 있었다.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으로 우리 문인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소설가 이문열은 일본을 겨냥한 독도 미사일기지 건설과 울릉군이 일본을 ‘왜국’으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다분히 과장법적 수사지만, ‘일본 주장은 침략행위이자 선전포고’라는 조정래의 지적은 서늘하다.

■ 시인 100여명은 4월 초 독도에서 ‘독도사랑 시낭송 예술제’를 개최한다. 낭송될 고은의 시 ‘독도’는 '내 조상의 담낭/ 독도…>로 시작하여 '내 자식의 담낭/ 독도>로 끝난다. 독도가 선조로부터 후손에게 이어지면서 육화한, 결코 양도할 수 없는 겨레 몸의 일부라는 것이다. 독도는 우리의 정신적 쓸개다. 우리가 혹여 독도를 지키지 못한다면, 마음에서 모든 아름다운 섬이 사라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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