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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액세서리 - 아주 크든 아주 작든 ‘극단주의’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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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액세서리 - 아주 크든 아주 작든 ‘극단주의’ 유행

입력
2005.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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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좀 아는 당신이라면 올해는 극단주의자가 되어야한다. 최소한의 디자인을 추구하던 미니멀리즘의 시대가 끝나고 맥시멀리즘이 포효하는 21세기 패션계에서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패션아이템으로 부상한 것이 액세서리. 구두와 핸드백, 목걸이, 팔찌, 브로치 등 모든 아이템에 걸쳐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거나, 크거나 작거나, 혹은 많거나 없거나 양단간의 선택을 하지못한다면 패션감각을 인정받기 힘든 시대다.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패션수석은 "로맨티시즘과 에스닉(ethnic·민속풍)이라는 패션계의 양대 흐름속에 액세서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에는 옷이 주요 성분이고 액세서리는 있으면 좋은 ‘액센트’였는데 요즘은 액세서리 자체가 패션을 완성시키는 주된 요소로 부상했어요. 옷외에 액세서리까지 신경 쓸만큼 국민소득 수준이나 패션감각이 높아졌다는 반증이지요."

스타일리스트 조명숙씨는 "패션의 현실도피적, 위안적 기능이 올해 최고조에 이른 증거"라고 말한다. "아프리카 풍의 검은색 가죽 줄에 커다란 나무나 돌 펜던트를 단 목걸이며 브로치, 허리띠 등은 그 자체가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잖아요. 그걸 두르고 입는 것만으로도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휴양지에 와있는 듯한 느낌,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거죠. 주렁주렁 달아 부피가 증가할수록 만족감도 극대화하고요."

목걸이와 팔찌는 극단주의 패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이템들이다. 돌체앤가반나 프라다 로베르토카발리 등 해외 유명디자이너들이 선보인 목걸이와 팔찌 유행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 또 나무 가죽 검은돌 깃털 등 아프리카나 모로코 스타일의 자연소재들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뱅글’이라고 불리는 둥글고 폭이 넓은 팔찌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맥시멀리즘 아이템이다. 모델들에게 팔목부터 팔꿈치까지 서로 크기와 색상이 다른 아프리카 스타일 뱅글을 십여 개씩 둘러서 선보인 연출법이 올 봄여름 거리를 휩쓸 것으로 보인다.

선글라스도 올해 얼굴의 절반을 가릴 정도로 커졌다. 뿔로 만든 완만한 사각테나 둥근테는 점잖은 갈색보다 빨강이나 흰색, 반투명한 회색 등 60년대 팝아트적인 감각을 덧칠한 것들이 인기다. 한때 유행했던 크리스탈 장식이나 로고를 넣는 스타일은 퇴색하고 대신 다리 부분을 지그재그로 디자인하거나 체크무늬를 넣는 등 장식성을 강조했다.

구두는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아 양극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무용복에서 영감을 얻은 ‘발레리나룩’이 올해 토즈, 앤디앤뎁, 진태옥, 마크 제이콥스 등의 디자이너브랜드 패션쇼에서 다수 선보인 것과 관련 유행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 플랫(flat) 슈즈. 굽 두께가 1cm정도에 불과해 신으면 몸이 뒤로 젖혀지는 느낌이 들 정도지만 사랑스럽고 경쾌한 이미지가 장점이다.

반면 굽이 10cm를 넘어가는 하이힐도 공존한다. 특히 굽 부위를 짚이나 나무, 가죽으로 만든 굽 높은 웨지힐(wedge heel)은 플랫슈즈와 더불어 올해 가장 강력한 유행상품. 힐 부위에 크리스탈을 박거나 자수를 놓고 금속 징을 박는 등 대담한 장식을 곁들인 것들이 패션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고급스러움과 중후함의 대명사였던 브로치도 올해는 빅뱅 대열에 합류했다. 보석으로 만든 작고 단순한 스타일에서 헝겊이나 자수, 깃털 등 이색적인 소재를 사용해 커다란 꽃이나 산호가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출렁이듯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코사주가 딱딱하고 정형화된 느낌인 반면 최근의 코사주는 보다 자연스럽고 크기도 커졌다.

액세서리가 커지고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일상의 여유를 누릴 줄 안다, 혹은 누리고 싶다는 열망의 다른 표현이다. 왕정시대 유럽 귀족들이 소매에 새하얀 실크 커프스를 덧댔다는 것은 그들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 신분’임을 웅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여성의 이미지에 압도당했던 20세기 여성들은 2005년, 일보다 여가와 놀이의 즐거움에 더 천착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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