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이 출연하는 영화 ‘외출’(감독 허진호·제작 블루스톰)의 촬영 현장이 공개된 17일 오후. 촬영장인 강원 삼척시 성내동에 위치한 ‘죽서루’에는 일본기자 100여명, 중국 동남아 등에서 온 기자 40여명 등 외신기자 150명을 포함한 400여명의 취재진과 일본인 팬 100여명이 몰려들어 배용준과 그의 새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독도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달리는 시점이라 촬영장을 찾은 일본 팬들과 일본 기자들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민감한 상황을 의식한 듯 제작사인 블루스톰 측은 촬영현장 공개 후 삼척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와 관련되지 않은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독도문제에 대한 배용준의 의견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많이 걱정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자리를 마련해 말씀 드리겠다"고 끝내 언급을 회피했다. 대신 "허진호 감독의 작업스타일이 낯설어 고생이 많다"며 화제를 영화로 돌렸다. "저는 머리로 생각하고 준비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인 데 반해 감독님은 현장에서 가슴으로 느끼면서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방식입니다. 대사도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팬들은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딸과 함께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나고야 출신의 오호리 오키이(69)씨는 "욘사마 덕분에 한국을 알게 됐다"며 "한국에 와서 TV를 보니 일본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던데, 정치를 잘 모르지만 이야기를 나눠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한 잡지사 기자도 "독도와 관련한 이번 사건은 일본인 전체의 생각이 아닌 일부 일본인의 생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 ‘외출’은 배우자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지방 도시를 찾은 남녀가 그 도시에 머물면서 미묘한 감정에 빠져든다는 내용이다. 이날 촬영 분은 주연 배우인 배용준과 손예진이 각각의 배우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 근처의 죽서루 안을 거닐면서 서로에게 처음으로 호감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제작사 측은 사전에 프레스 카드를 발급한 기자들만 촬영장 입장을 허락하는 등 출입을 통제했으나, 10여명의 일본 팬들은 이른 아침부터 촬영장에 입장해 있다가 배용준의 모습을 지켜보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오호리씨를 비롯한 많은 일본 여성들은 앞서 16일 삼척에 왔다가 촬영이 전남 해남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대당 110만원씩에 택시를 대절해 해남까지 내려갔다 오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외출’은 현재 30% 정도 촬영이 진행됐다.
삼척=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