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은 안돼요. 망설이는 학생과 숨기는 학교 모두 꾸준히 설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학교폭력은 사라질 겁니다."
학교 폭력조직 일진회 학생 21명의 자진신고를 이끌어낸 강원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손강호(47·사진) 경사. "우리만은 일진회가 없다"는 학교를 일주일 가까이 설득한 끝에 이룬 결실이다.
청소년폭력, 가정폭력 등을 전담하던 그는 이 달 초 춘천 모 여중에서 벌어진 집단폭행 사건 첩보를 입수했다. 내용은 끔찍했다. ‘여중 3학년 일진회가 90도 각도로 인사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2학년을 시켜 1학년을 집단폭행, 1학년 9명이 노래방에서 뺨을 맞고 공원에서 각목으로 엉덩이 맞음.’
그는 당장 학교를 찾았다. 하지만 교사마다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발뺌했다. 교장까지 만나 "다음달 30일까지 학교폭력 자진신고를 하면 입건되지 않는다. 제자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달라"며 협조를 구했다.
5일만에 협조하겠다는 답이 왔다. 사실 학교측은 집단폭행 사건에 대해 이미 조사까지 마쳤지만 학교 이미지 실추와 교사들이 받을 불이익 때문에 사건을 숨기고 있었다. 자진신고를 결심한 일진회 학생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잘못을 뉘우쳤다.
손 경사는 "학교가 숨기는 사이 학교폭력은 곪아터지고 피해학생의 물질적, 정신적 상처는 커지기만 한다"며 "학교와 경찰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을 인정받아 17일 1계급 특진(경위)됐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 피해학생 결석 땐 출석으로 인정
경찰청은 이날 15일까지 자진신고 8건(68명), 피해신고 64건(129명), 상담 965건 등 학교폭력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자진신고 학생은 입건하지 않고 최대한 선처할 방침이고 피해학생은 전문가 상담 및 신변보호에 초점을 맞춘다. 한편 서울시교육청도 이날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이 결석하더라도 출석으로 인정하고 시험을 못 보면 직전 시험성적을 100% 반영하기로 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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