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2005KB스타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에 등극했다.
우리은행은 1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5전3선승제) 4차전에서 67-62로 삼성생명을 제압하고 3승1패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합쳐 올 겨울리그 통합 챔프에 오른 우리은행은 이로서 프로 통산 3번째 겨울 코트의 여왕으로 우뚝 섰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영옥은 챔피언전 MVP까지 받으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기쁨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박명수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농구 감독으로 출전해 거둔 6전 전패의 수모를 조금이나마 보상 받았기 때문.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친 박 감독은 그 때의 악몽을 끄집어내면 아직도 진저리를 친다. "제 농구인생 최대의 위기였어요. 주위의 따가운 눈총과 한숨도 견딜 수 없었지만 저 자신의 나약함에 더 화가 났어요." 마음 고생에 몸도 덩달아 아팠다. 심장 이상으로 박 감독은 병원신세까지 졌다. 우수지도자상까지 박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올림픽 참패에 대한 명예회복을 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런 박 감독이 우승을 알리는 종료 버저가 울리자 가장 먼저 다가가 얼싸안은 선수가 있었다. 우리은행에서 14년간 선수생활을 하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조혜진. 1988년 코치를 시작으로 우리은행에서 17년간 몸을 담은 박 감독과는 눈만 마주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혜진이는 팀의 정신적 지주입니다. 챔프전 1차전 때 무릎 인대가 파열돼 깁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도 야간 훈련을 같이 하며 후배들을 독려했어요." 박 감독과 진한 우승의 포옹을 나눈 조혜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오늘은 평생 못 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혜진은 춘천 한림성심대학 농구부 코치로 부임할 예정이다. 올 시즌 두 개의 MVP를 모두 받은 김영옥은 "혜진 언니가 있어 든든했는데 너무 아쉽다. 이제 언니가 했던 역할을 내가 할 테니 웃으며 떠났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우승을 하고 싶어 삼성생명에서 우리은행으로 옮겼다는 김계령은 함께 트리플 포스트를 구축하며 팀의 우승을 이끈 이종애 홍현희와 ‘그물 커팅’을 하며 프로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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