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대의원 대회가 자체 강경파의 봉쇄로 또 다시 무산됐다. 지난해부터 네 번째 겪는 무기력한 좌절이다. 집행부의 무능도 안쓰럽지만,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결정짓기 위한 대의원 대회가 번번이 봉쇄된 데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다. 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는 경기회복의 열망이 걸린 국민적 관심사였다. 이제 노사정위와 정부에 ‘민노총의 참여와 동의를 기다리라’고 요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강경파에 휘둘리는 민노총은 노동조건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에서 자신의 배제를 자초한 셈이다.
대회를 무산시킨 강경파는 소수파 연합체인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다. 폭력적으로 단상과 대의원 좌석을 점거하여 회의 진행을 방해한 이들은, 참여와 대화보다는 전체 노동운동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총파업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비정규직 법안처리를 강행할 경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설 방침이지만, 강온파 간의 내부 갈등은 오히려 조직의 힘만 분산시킬 뿐이다.
강경파의 폭력적 방해는 역설적으로 올해 발족 10주년을 맞은 민노총의 운동과 투쟁방식에서 큰 변화를 요구하는 셈이다. 강경파의 주장이 과격할 수는 있지만, 민주적 질서를 번번이 파괴하는 형태로는 전체 조직을 유지할 수 없다. 민노총 지도부가 1주일 내에 대의원 회의를 재소집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설령 회의 소집에 성공하더라도 불씨는 남아 있을 것이다. 대회 무산을 보며 오히려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목희 의원의 충고가 현실성 있게 들린다. 그는 "민노총은 한줌도 안 되는 극좌·맹동주의자와 결별하고 온건·합리적 노동운동으로 나가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민노총에 최근 전현직 교수 58명이 ‘노사정위 복귀문제를 포함한 모든 사회적 교섭에 참여하지 말고 총파업 투쟁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은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민노총은 강성 노선에 반발하여 산하 노조가 잇달아 이탈했으며, 기아자동차 ‘취업장사’로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정노력을 약속하는 등 심각한 신뢰성 위기도 겪고 있다. 지금 민노총에 시급한 것은 조직 내 질서를 회복하고 노사정위에 복귀하여 그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또한 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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