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장경선 레이스가 격렬해졌다. 개혁 대 실용의 노선대결 속에 ‘문희상 대세론’으로 밋밋하던 초반부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특정 후보를 찍어 집중 견제하는 표적 공세가 꼬리를 무는가 하면, 개혁진영 후보들이 부쩍 세를 불리며 문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후보들의 자체조사를 보면 문 후보는 대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여전히 1위다. 그러나 문 후보와 2~3위 간의 격차는 3% 안팎으로 좁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개혁당 출신인 김두관, 유시민 후보는 16일 자체 조사결과를 흘리며 서로 "문 후보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신기남 전 의장은 이날 "우리당의 기반은 개혁이며 개혁적 인사가 당 의장이 돼야 한다"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용을 앞세운 문 후보만은 절대 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천·신·정’의 울타리에 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기대를 저버리고 문 후보를 지원하는 바람에 자신이 예선 탈락했다는 피해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측은 "대세를 뒤집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실용노선은 개혁 성공을 위한 방안"이라는 논리를 강조하는 등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문 후보는 그러나 유 후보 등에게 곧바로 반격을 하지 않고 있다. 후발 주자들과의 맞대결은 그들만 키워줄 뿐 실익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 후보가 문 후보를 "지난해 국가보안법을 대체 입법하려고 했던 인물"이라며 반개혁적 인사로 몰아가는 것과 대비된다.
대신 유 후보에 대한 저격수 역은 재선그룹 단일 후보인 송영길 의원이 자임했다.
송 의원은 15일 자신이 정통 개혁 세력임을 부각하며 "더 이상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탈당 운운하면서 당과 동지들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유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또 유 후보의 개혁론을 "편을 가르는 독선적 개혁론"이라고 폄하했다. 같은 40대의 운동권 출신으로 지지기반이 겹치는 유 후보를 끌어내림으로써 젊은 층 대의원 지지를 석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예선에서 자신을 도와준 문 후보를 엄호해 1인2표제인 본선에서도 도움을 받아보자는 속내도 엿보인다.
장영달 후보도 바빠졌다. 재야파가 선전하는 시·도위원장 선거 분위기를 의장경선에까지 확산시키기 위해 안간힘이다. 장 후보는 그러나 거듭된 SOS에도 불구하고 김근태 복지장관이 선뜻 움직이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홍일점 한명숙 후보도 사정이 비슷하다. 여성 몫으로 상임중앙위원을 확보한 탓인지 30%의 여성 표마저 결집시키기가 쉽지않다. 한 후보측은 "5등이 안되면 여성 몫의 상임중앙위원자리를 포기하는 배수진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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