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엔 아직도 내 어릴 때부터 잘 아는 백 여 가구의 이웃들이 살고 있다. 젊은 시절 너도 나도 고향을 등질 때 부모님 모시고 그냥 그대로 전답 지키며 사신 어른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식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마을에 아이들이 없다. 그래도 고향에 가면 내 마음은 한없이 푸근해진다.
아이들을 보려면 아랫마을에 있는 초등학교로 가야 한다. 예전에 우리가 다닐 땐 전교생이 300명이 넘던 학교가 지금은 서른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뿐 아니라, 십리 밖에 있는 세 개 동네의 아이들까지 합쳐서 그렇다.
그런 중에도 서로 처음 얼굴을 보는데도 ‘아, 저 애는 누구 집 아이구나’하고 바로 집안까지 알아보게 되는 아이가 있다. 아빠의 어릴 적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뭔가 짐작되는 게 있어 아이에게 묻지 못하고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물으면 이내 쓸쓸한 대답이 돌아온다.
대처에서 벌려놓은 일이 잘못되었거나, 빚 때문에 가정이 풍비박산이 되어 부부마저 한 집에서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아이들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맡긴다고 했다. 내게 고향은 늘 그렇게 따뜻한 모습과 안타까운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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