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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3) 더러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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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3) 더러운 전쟁

입력
200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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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강 미육군 탱크부대의 비밀 = 미 육군이 세계 제일이라고 자랑하는 피카티니 조병창(Picat tiny Arsenal). 그 홈페이지(www.pica.army. mil)를 보면 대단한 자부심과 자랑에 가득한 문구들이 눈에 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의 탄두개발 능력은 미국 탱크 탄약이 전세계 어느 나라의 기갑부대도 격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최신형 운동에너지 탄의 열화우라늄 관통자(Penetrator)는 그 길이가 2피트(60㎝)도 넘지만 모든 운동 에너지를 1평방 인치 이내의 면적에 집중한다. 이런 열화우라늄 탄약을 장착한 미 육군의 탱크는 야전에 배치된 어느 전차도 격파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미군의 탱크는 성능 면에서 세계 최고는 아니었다. 구조, 기동성, 운용성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유럽의 전통적 탱크 강국들이 생산하는 탱크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한 미군 기갑부대가 세계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어느 탱크라도 격파할 수 있는 탄약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열화우라늄을 방호장갑에 적용한 미군 탱크는 웬만한 대전차 탄약에 피격돼서는 그 방호장갑이 관통되지 않는 뛰어난 생존성을 자랑한다. 열화우라늄탄의 관통력과 열화우라늄 장갑을 장착한 미군 탱크가 세계 제일임을 선언한 것이다.

미국은 탱크 탄약의 포구속도나 관통능력을 비밀로 분류해 철저하게 감추고 있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 출현하게 될 어떠한 차세대 방호장갑도 격파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어떠한 탱크와의 기갑전에서도 승리하기 위해 열화우라늄 관통자와 열화우라늄 방호장갑의 성능 개선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 열화우라늄의 특성 = 열화우라늄의 어떤 특성이 대전차 장갑탄약, 또는 견고표적 파괴탄약의 성능을 이처럼 기적같이 높여 주는 걸까?

_ 열화우라늄은 매우 무겁고, 밀도가 높은 금속이다.

_ 열화우라늄은 매우 단단한 금속이다.

_ 열화우라늄은 자연 발화하는 금속이다.

_ 텅스텐(중석)보다 제조, 가공하기 쉽다.

무겁고 밀도가 높고 단단한 열화우라늄에 티타늄을 0.75% 정도 섞어 합금을 만들고, 이 합금을 가공하고 열처리해 열화우라늄 관통자를 만드는 일련의 공정은 194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발전하였다. 위에서 밝힌 열화우라늄의 물리적 특성에 따라 열화우라늄 관통자의 성능을 살펴보자.

◆ 열화우라늄 관통자의 성능 = 가늘고 긴 열화우라늄 관통자는 복합소재로 된 감싸개(Composite Sabot·사보)에 싸여 발사된다. 추진 장약의 향상된 성능과 탄의 형상 설계에 따라 초당 1,600~1,800c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감싸개가 분리되고 열화우라늄 관통자만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 강한 충격으로 장갑을 타격한다. 장갑을 타격하는 힘은 관통자의 무게와 속도, 그리고 타격 면적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단단한 방호장갑에 부딪친 열화우라늄 관통자에서는 그 충격에 의해 열이 발생하고, 앞의 뾰족한 부분이 장갑을 파고 들어간다. 열화우라늄 미세분진을 발생시키면서 관통자의 끝 부분은 점점 가늘어지고 줄어든다. 운동에너지에 의해 관통자의 길이 방향으로 점점 장갑을 파고 들고, 드디어 장갑을 관통한다. 이때 발생하는 미세분진은 낮은 온도에서도 기폭이 되면서 연소하는데 관통자와 견고한 장갑의 충격에 의해 발생한 열이 열화우라늄 미세분진을 발생시키고, 엄청난 힘으로 장갑을 뚫고 들어간 관통자는 장갑 내부, 즉 목표물 내부를 강력한 폭발과 함께 고온으로 연소시킨다. 보통의 탄약과 달리 운동에너지탄, 특히 열화우라늄탄은 관통자 자체가 그 물리적 금속적 특성에 의해 목표물을 관통한 후에 그 내부에서 연소, 폭발한다. 따라서 고폭약이 탄두 안에 장착된 일반 탄두와 달리 비폭약성 탄두라고 부를 수 있다.

열화우라늄은 밀도가 높아 부피에 비해 높은 운동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목표물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단단하다. 텅스텐과 달리 부러지거나 길이 방향으로 갈라지거나 뭉그러지지 않는다. 텅스텐 관통자는 장갑을 파고 들면서 그 끝이 버섯처럼 뭉그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열화우라늄의 관통효과는 텅스텐(중석)합금에 비해 20% 정도 뛰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각국은 텅스텐 관통자를 획기적으로 개량하고, 새로운 기술로 탄의 형상을 개선하며, 신기술의 추진제를 적용해 탄의 속도와 관통효과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강화되는 추세에 있는 차세대 방호장갑을 기존 탄약으로 격파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 열화우라늄탄의 장점 = 열화우라늄은 낮은 온도에서 강렬하게 발화하고, 연소에 따른 높은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탱크 등 장갑차량, 비행기 격납고, 지하 유류 창고 및 화학 약품창고 등 단단한 표적을 관통해 내부를 높은 열로 연소시켜야 하는 목표물에 가장 적합한 물질이다. 열화우라늄탄의 뛰어난 소이(Incendiary)효과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열화우라늄 탄두를 ‘깊게 묻힌 견고 표적(Deep buried Hard Target)’파괴용 탄에 적용하는 연구와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열화우라늄을 대체할 수 있는 금속으로는 가공이 어렵기는 하지만 텅스텐을 가장 내세울 만하다. 그러나 무기체계 발달과정을 보면, 대부분 초기에는 텅스텐을 운동에너지탄 관통자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열화우라늄으로 대체하였다. 더 나은 성능을 위해, 더 쉬운 생산을 위해, 더 경제적인 물질로 채택한 열화우라늄을 다시 텅스텐으로 환원하기에는 이미 익숙해진 열화우라늄의 뛰어난 장점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몇몇 특수한 경우에는 개량된 텅스텐 관통자로도 그 무기체계의 목표성능을 달성할 수 있다. 그래서 열화우라늄으로부터 텅스텐으로 나중에 교체된 것들이 있기는 하다. 현재 미국 해군이 쓰고 있는 팔랑스(Phalanx) 등이 그렇다.

◆ 인류의 미래를 건 논쟁 =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 있다. 다음 회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처럼 기술적 경제적 고려에 의해서만 열화우라늄이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열화우라늄은 핵 강대국들이 보유한 핵 관련산업의 음습한 고리에 연결되어 있다. 또한 군사강국들이 확보한 절대 우위의 군사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려는 치밀한 정치적 군사적 계획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열화우라늄의 폐해에 대한 사례의 선정 방법과 사례 표본의 크기, 조사의 시기와 방법, 분석한 내용의 해석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에서 패배하는 날, 열화우라늄탄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나라들이 안게 될 천문학적 금액의 경제적 부담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고려할 때, 그 논쟁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세계의 비난을 무릅쓰고 핵폭탄을 사용할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 괴멸적 폐해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핵폭탄을 사용하지 않고도 절대적 군사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쉬운 길이 거기 있었기에 마약처럼 열화우라늄에 손을 댔다. 인류의 미래를 담보로 삼고.

차라리 열화우라늄은 인체와 환경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것을 믿어보고 싶다. 그러나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1. 운동에너지 탄(Kinetic Energy Projectile)

일반적으로 탄두를 목표지점까지 도달시키는 추진제,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탄두나 자탄 또는 관통자가 탄약의 중요한 구성 부품이다. 운동에너지탄은 탄두에 폭약이 장치되지 않았으나 탄두의 높은 비행속도와 무게 형상 등에 의해 운동에너지를 얻는다. 이 에너지가 목표물의 특정부위에 집중되어 타격하도록, 그리고 그 에너지에 의해 목표물이 파괴되도록 설계된 탄약을 말한다. 주로 견고 표적(탱크 등 장갑전투차량, 콘크리트 강화 진지, 지하 격납고, 탄약고 등)을 격파하는 데 사용한다. 대표적인 재료로 텅스텐과 열화우라늄이 있다.

2. 관통자(Penetrator)

관통자는 가늘고 긴 금속봉으로 탄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단히 높은 속도로 비행(초당 1,600~1,800c)하여 목표물을 타격, 관통한다. 금속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해야 하며 부러지거나 부스러지지 않아야 한다. 길이와 구경(length & diame ter)의 비율이 커질수록 관통력이 높아진다. 목표물을 관통한 이후의 효과(장갑후면효과·Behind Ar mor Effect)가 치명적인 재질, 관통능력이 뛰어난 재질을 선정하게 된다. 열화우라늄은 그 금속의 특성상 관통능력, 장갑후면효과 등에서 텅스텐보다 뛰어나다.

윤석철 객원기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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