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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서바이벌 투자/ 오답 통해 투자원칙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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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서바이벌 투자/ 오답 통해 투자원칙 배워야

입력
200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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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7년의 한 증권사 지점장이 말하기를 "주식은 정답이 없다"고 한다. 지난 10여년간 큰 실패를 맛본 J씨도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는데 도저히 안 되는 게 주식"이라며 긴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모 신문사 경제부 기자는 "주가라는 게 아무래도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수백만의 희로애락이 뒤범벅된 주가를 무슨 수로 헤아릴 것인가.

그런데 어찌 보면 인생 그 자체가 정답이 없는 것 아닌가. 평생 오류를 범하고 후회하고, 마침내 뭐가 조금 보인다 싶을 땐 이미 떠날 때가 다 되는 것 아닌가. 이런 맥락에서 나는 주식투자를 확고한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답을 걸러내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내가 미처 걸러내지 못한 오답을 다음 주자들이 세대를 이어 조금씩 더 걸러 가는 것을 투자회사의 본질로 여긴다.

그래서 우리는 ‘경험상 이렇게 하니까 안 좋더라’, ‘이런 경우엔 심리적으로 흔들리더라’ 하는 등의 ‘오류목록’을 조금씩 쌓아 가는 것이 일이다. 그리고 그걸 가능한 한 이론화 수치화 전산화해 놓은 것이 우리 회사의 소위 투자원칙이다.

그 원칙 1번은 고점매수·저점매도다. 대부분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다 손해를 본다. 그러니 저점매수·고점매도 만큼 확실하게 역사적 검증을 거친 오류가 또 어디 있으랴. 따라서 우린 정확히 그 반대다. 비싸 보여도 그 때 사고, 아까워 보여도 그 때 팔라는 것이다.

언뜻 말이 안돼 보이는 이 원칙을 1999년 어느 TV 강의에서 접한 백발노인이 2년 뒤 나를 찾아왔다. "김 박사의 고점매수·저점매도 강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저 놈 돌았다고 했소. 그리고 저 놈 출연시킨 저 방송국은 더 문제라고 소리쳤소. 그런데 내가 돈을 좀 까먹고 다시 그 방송을 비디오로 봤더니 저 놈이 완전히 돌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손실을 꽤 많이 입고 또 다시 볼 때는 저 놈이 제정신은 제정신이구나 싶었소. 그리곤 완전히 다 잃고 난 뒤에 또 한번 보니까 비로소 저 놈이 아니라 바로 내가 돌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주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더듬더듬 오류를 통해 배울 수밖에 없다. 나의 오류를 깨닫고 뉘우침은 현명한 처사요, 남의 오류를 보고 배움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늦지는 말아야 한다. 백발의 씁쓸한 미소는 너무 슬픈 모습 아니겠는가.

시카고투자자문 대표이사 www.chicagof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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