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로 정부의 2ㆍ17 수도권 집값 안정 대책 발표 한 달을 맞은 주택시장은 표면적으로는 안정 국면에 진입한 듯 보인다. 특히 올해 초 급등 양상을 보였던 강남 재건축 단지는 개발이익환수제를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거래가 크게 줄고,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 하락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판교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폭등 양상을 보였던 분당, 죽전 등 인근 지역도 가파르던 가격 상승폭이 일단 꺾였다.
하지만 분당 등 판교 수혜 예상지역의 집값은 올해 11월 판교 분양이 본격화할 경우 다시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도 지난달말 서울시가 서초구 잠원동(반포지구) 한신 신반포5차 아파트에 대해 28∼35층 재건축 심의를 통과시킴에 따라 향후 고층 아파트 건립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한번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니에셋 김광석 팀장은 "2ㆍ17 대책과 연이은 도정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재건축 단지의 불안 요소는 상당 부분 제거돼 당분간 안정을 찾을 전망"이라며 "하지만 판교 신도시 수혜가 예상되는 분당, 용인, 죽전 지역은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연말에는 가격이 재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 재건축 약보합
이 달초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재건축 단지에 대한 임대주택 건설이 의무화 하면서 일부 재건축 단지는 4주 사이에 수천만원까지 가격이 빠졌다.
개포주공1단지 15평형의 경우 올해초 1억원 가까이 올라 대책 발표 직전 5억9,000만원을 호가했으나 현재는 5억5,000만~5억6,000만원으로 내려 앉았다. 개포시영도 대책 이후 3,000만~4,000만원 가량 하락했고, 고덕 주공, 둔촌 주공 등도 3,000만원 정도 호가가 조정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한달 전 6억2,000만~6억9,000만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6억~6억7,000만원 선으로 2,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송파구 잠실1, 2단지는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해 갈 수 있는 반사 이익 덕에 오히려 가격이 1,000만원 이상 추가 상승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들어 2ㆍ17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평균 5.58% 상승했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대책 이후 3주간 평균 0.54% 상승하는데 그쳤다.
■ 분당은 강보합
판교 신도시발 주택가격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정부의 2ㆍ17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분당, 용인 등 인근 아파트들의 가격은 급등세만 가라 앉았을 뿐 호가 위주의 강세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이매동, 정자동, 야탑동, 서현동 등 판교 신도시와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분당 중대형 평형의 집값은 대책 발표 이후 한달간 평당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랐다.
분당 정자동 정든동아 37평형은 대책 발표 직전 4억3,000만~5억2,000만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000만~3,000만원 가량 오른 4억5,000만~5억5,000만원 사이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현동 시범현대 59평형도 지난달 7억8,000만~8억6,000만원이던 것이 지금은 8억~9억원을 호가한다. 수내동 푸른쌍용 32평형도 2ㆍ17 대책 당시 3억6,000만~4억3,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3억7,000만~4억5,000만원 사이에서 매도 호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2ㆍ17 대책 발표 전과 달리 매수세가 사라져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매동 분당공인 관계자는 "판교 신도시 분양이 다가오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데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도 가격이 너무 높아 거래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