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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최악 위기/ "모든 책임 日에"…조용한 대응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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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최악 위기/ "모든 책임 日에"…조용한 대응 폐기

입력
200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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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대응과 향후 전망

16일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독도의 날 조례 가결을 고비로 한일 관계가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정부는 조례 가결을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초강경으로 반발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조례의 즉각적 폐기를 요구하며 "이번 일로 발생할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측에 있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는 비외교적인 수사도 동원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개탄스럽다"고까지 했다. 당분간 냉각 국면이 불가피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독도 문제만큼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내달 5일 일본 후소샤(扶桑社) 출판사의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때까지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듯 하다.

정부는 이날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 분쟁화하지 않기 위해 그간 취해온 ‘조용한’ 대처 방식을 공식 폐기하고, ‘단호한’ 대처 방식을 채택했다. 외교부가 "일본의 일개 지자체에 불과한 시마네현의 무분별한 행위는 독도의 현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힌 뒤 독도 영유권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가급적 국제분쟁화하지 않도록 사태를 관리하겠지만 종전처럼 유연한 대응은 없으리라는 대 일본 통고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독도 입도 제한을 완전 해제하고 국제사회에서 독도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이처럼 한일관계가 악화해가고 있는 데 대해 당국자들은 "전적으로 일본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995년 무라야마 총리의 통절한 과거사 반성, 98년 한일 정상의 신한일관계 파트너십 선언 등이 나온 후 10년간 과거사 문제에서 미래지향적이고도 너그러운 자세를 취했지만 일본은 결코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과거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면서 이번에야 말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강경한 분위기이다.

따라서 17일 발표될 정부의 대일 신독트린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주권수호차원에서의 독도문제 대처,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직시와 통절한 반성 촉구 등으로 채워질 듯하다.

한편 당국자들은 독도 및 과거사 분야에서의 갈등 양상을 북핵, 통상 등 여타 분야로 확대하지 않고, 한일우정의 해 행사, 정상 셔틀외교 등 우호증진 정례 사업을 가급적 예정대로 추진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일본 측이 조속히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주기를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들끓는 정치권/ "식민 상처에 소금 뿌렸다"

16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 가결에 정치권도 폭발했다. 여의도는 "제국주의 망령의 부활" "100년 전 식민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는 분노와 개탄으로 하루 종일 들끓었다.

우리당 임채정 의장은 "우리 민족에 대한 폭력행위이자 주권 침해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경고했고,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일본의 영토 욕심과 군국주의적 우익성향이 세지고 있으나, 독도는 아무리 우겨도 우리 땅"이라고 못박았다.

"단교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우리당 정봉주 의원) "대마도가 우리 땅이라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자"(우리당 김원웅 의원) "조례 확정은 전쟁 도발에 다름 없으며, 총궐기해 일본을 무섭게 응징하자"(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 "우리 국토의 막내를 탐하는 무례한 행위"(민주당 유종필 대변인) 등 격문과 결의가 이어졌다.

올바른 역사교육 의원모임과 과거사 청산 의원모임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일본의 저열하고 몰염치한 영토 야욕을 준엄히 꾸짖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모임도 "일본은 반역적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소속의원 118명 명의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중단촉구 결의안’을 냈다. 우리당도 17일 오전 긴급 정책의총을 열어 결의안을 채택하고 18일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참석하는 당정 협의를 갖는다. 민노당은 20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정치권은 모처럼 하나가 돼 독도 수호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여야는 16일 오전 ‘독도 수호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대책특위’ 가동에 합의했으며, 한일의원연맹은 조만간 조례안의 무효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낼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해군 독도함’건조와 독도 해상 배치, 독도 영구 거주민 모집 등 독도 지키기 7대 대책 경비를 내년 예산에 반영키로 했다. 대한민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는 청원과 특별법의 4월 임시국회 통과도 추진키로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 지자체 일이라 관여할 수 없다더니…/日외무성 홈피 "독도는 일본 땅"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해 오고 있는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줄곧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외무성의 이런 태도는 그간 시마네현의 ‘다께시마의 날’ 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해 "지방의회의 일이어서 관여할 수 없다"며 소극적 태도를 취해 온 것과는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홈페이지의 ‘각국·지역정세’ 항목 중 아시아 정세에 들어가면 북조선, 대만, 홍콩 등과 함께 ‘다케시마문제(竹島問題)’라는 별도의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이 코너에서 일본 외무성은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두 가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외무성은 "다케시마는 역사적 관점에서나 국제법상으로나 분명히 일본의 고유영토"라며 "한국에 의한 독도 점거는 국제법상 근거없이 행해진 불법 점거이며 한국이 이러한 불법 점거를 기반으로 독도에 행하는 어떠한 조치도 정당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불법적 독도 점거를 강변하는 것이다.

또 주석을 통해서는 "한국으로부터는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해서 영유권을 확립하기 전에 한국이 동섬(독도)을 실효적으로 지배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화면 한 페이지 전체를 할애해가면서 그간 일본 우익단체들이 줄곧 강변해 온 주장을 역사적 문헌적 근거까지 제시하면서 상세히 게재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시마네현 의회의 배후에 일본 정부가 있다는 한국측 일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외무성은 10여년 전 홈페이지에 이 같은 주장을 실었다"면서 "이후 정부와 주일 한국 대사관은 홈페이지 내용의 수정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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