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사진) 서울대 총장이 16일 300여명의 교육인적자원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부가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 총장은 이날 오전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 대학의 현실과 이상’이란 제목의 교육부 직원 대상 특강에서 "오늘날 대학교육은 너무 기능위주로 변모하고 있다"며 "대학을 행정기관이나 투자기관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사회에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 총장은 이어 "대학은 단순한 지식전수기관이어서는 안 되며, 본연의 특성과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강요나 요구로부터 자율적인 권위를 민주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지식 주입 중심 교육을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 총장은 또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용어를 인용, "(이대로 가다가는) 대학이 ‘비지성적 전문가’들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또 이른바 ‘대학의 위기론’과 관련, "위기극복을 명분으로 시행된 여러 가지 하향적 제도 개혁이나 정부 간섭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며 "대학 내부 문제라기보다는 대학-사회-정부가 한데 얽혀 있는 구조적 성격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위기’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외부에서 지원은 많이 받지만 성과는 없어 ‘위기’라고 하지만 서울대 발전기금은 2,500억원 정도로 하버드대의 25조원과 비교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총장은 "연구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각종 인프라와 행정지원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정부는 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시스템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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