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살사 동호인들이 모이는 대대적인 연말 댄스파티가 열렸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사건으로 미군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리는 주말이었다. 댄스파티를 위한 게시판에 누군가가 ‘광화문에선 촛불집회가 열리는데, 파티나 하고 있다니! 제정신인가? 파티를 시작하기 전에 묵념이라도 하라!’는 의견을 올렸다.
그건 마치, 명동의 흥청망청하는 거리로 휴가 나온 군인이 "난 전방에서 뺑이 치는데 니들은 여기서 노닥거리냐"며 시비거는 것과 같았다. 그 군인이 학교 잘 다니고 있을 때, 명동에서 노닥거렸던 사람들이 뺑이 쳤고, 그 군인이 제대하면 다시 명동에서 노닥거렸던 후배들이 입대해서 고생할 것이다.
일본의 독도-역사 교과서 망발에 대해, 매우 막강한 인터넷매체의 투표에선, 국민의 94%가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대답했단다. 정말? 우리국민이 그렇게까지 일치 단결해서 일본에 대해 ‘강력 대응’을 촉구한다는 말인가? 나는 94%라는 찬성률 자체를 믿을 수 없다. 그 결과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70% 나 80% 찬성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왜 우리는 ‘다양한 의견’을 갖는 것에 익숙하지 못할까? 강력 대응할 사람들은 강력 대응하고, 무대응할 사람들은 무대응하게 놔두지 못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일제시대 때는 ‘너 친일파냐, 아니냐’, 한국전쟁 때는 ‘너 빨갱이냐, 아니냐’, 독재시대에는 ‘너 민주주의냐, 아니냐’를 강요받은 아픈 역사가 숨어 있어서일 것이다. 일본인들이 노리는 것은 우리가 100% 가까운 의견으로 뭉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네? ‘너도 친일파’라구요?
명로진·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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