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예루살렘 인근의 보안장벽 구간을 일방적으로 확정함에 따라 4년 만에 조성된 중동평화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는 기존의 보안장벽 건설루트를 일부 확대, 예루살렘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을 새로운 영토로 편입시키겠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미래 독립국의 수도이자 성지(聖地)인 예루살렘을 절대 빼앗길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3일 고위급 각료회의%7를 열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보안장벽 최종 수정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2002년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공격을 막기 위한 명분을 내세워 서안 경계지역 592km 구간 중 3분의 1 가량의 공사를 마친 상태다.
이 수정안에 따르면 보안장벽은 예루살렘을 포함, 유대교 성지인 ‘라헬의 무덤’이 있는 베들레헴 일부분과 팔레스타인 난민촌 ‘슈하파’(1만 1,250명)까지 확장된다. 지난달 20일 각의에서 통과될 당시 수정안 초안에 없던 예루살렘 인근지역을 새롭게 편입시킨 것은 장래에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를 구성했을 경우, 예루살렘을 보호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서안과 떨어지게 된 ‘슈하파’는 유대인들 도시로 포위돼,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게 됐으며 유대인 최대 정착촌(3만명)이 있는 서안 도시 말라흐 아두밈은 초안대로 통과됐다.
이스라엘 고위관리는 "서안에서 예루살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 11개의 통로도 별도로 건설할 계획"이라며 "이 공사는 올 연말까지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은 지속적인 평화합의 이행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사이브 아라카트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대표는 14일 "이번 결정은 지속적 협상의 결과를 미리 결정한 것"이라며 수정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사태 수습책으로 이날 예리코와 툴카렘, 칼킬랴 등 요르란강 서안 3개 도시에 대한 치안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이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반발은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날 서안지역 곳곳에서 ‘장벽 철회’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서안도시 라말라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난 후 "이스라엘 보안장벽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피해를 보상해 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이스라엘응? 결정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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