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가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텍사스 이적 후 속칭 ‘먹튀’의 멍에를 진 ‘1,000만달러 사나이’ 박찬호로서는 화려한 부활 가능성을 알리는 청신호였다.
박찬호는 15일(한국시각) 애리조나주 템피 디아블로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4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솎아내며 1안타 무실점의 완벽피칭으로 강타선을 잠재웠다. 지난 10일 내외야 수비실수로 3점을 헌납한 시카고 컵스전에 이어 두번째 호투. 지난해 4차례 등판에서 모두 패전을 기록했던 에인절스를 상대로 한 무결점 투구였기에 더욱 값졌다. 구단 홈페이지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이라며 성공적인 재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찬호는 2002년 5년계약 6,500만달러에 팀 에이스로 이적 후 지난 3년간 48차례 선발등판, 14승18패의 초라한 성적을 올렸다.
이날 유일하게 허용한 안타는 3회 선두타자 조시 폴의 기습번트. 하지만 후속타자를 유격수 앞 땅볼로 병살 처리하는 등 매 이닝 삼자범퇴 처리한 뒤 5회 마운드를 내려왔다. 특히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한 천적 블라디미르 게레로마저 범타 처리, 에인절스 징크스를 벗어 던졌다.
최근 잇따른 호투의 원동력은 지난해 익힌 투심패스트볼. 타자 앞에서 휘면서 떨어지는 구질로 인해 외야로 뻗어나간 타구가 1개밖에 되지 않았다. 과거 힘에 의존한 파워피칭에서 땅볼을 유도, 맞춰 잡는 스타일로 변신에 성공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기가 끝난 뒤 박찬호는 "세게 던지기보다 제구력에 더 신경을 썼으며 오늘은 공을 던질 목표지점이 더 잘 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을 낮게 던져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한 벅 쇼월터 감독은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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