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드윅’은 4인4색. 14일 오후 서울 상수동 홍익대 인근 한 록 클럽에서 펼쳐진 ‘헤드윅’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200여명의 뮤지컬 마니아는 짜릿한 열기를 미리 맛보았다.
트랜스젠더 가수의 이야기를 담은 ‘헤드윅’은 1994년 미국 뉴욕 록 클럽 돈 힐즈서 막을 올려 2004년 4월까지 장기 공연한 작품이다. 극본을 쓰고 첫 주연을 맡았던 존 카메론 미첼이 2001년 스크린으로 옮겨 미국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록 콘서트처럼 펼쳐진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헤드윅 역의 송용진 조승우 김다현 오만석. 이름만으로도 뮤지컬 팬들을 설레게 할 이들 4명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각자의 ‘헤드윅’을 살짝 보여주었다.
록 밴드 쿠바의 보컬답게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부실 테면 부셔봐’(Tear Me Down)을 열창한 송용진은 영화 ‘헤드윅’을 DVD로 100번을 넘게 본 마니아. 그는 "매주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클럽을 출입하며 연기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출연하는 22회 공연을 예매 하루 만에 매진시키는 괴력을 발휘한, 영화 ‘말아톤’의 대박으로 더욱 주가가 높아진 조승우는 ‘상자 속 가발’(Wig In A Box)을 불러 성 정체성에 고민하는 헤드윅의 모습을 온 몸을 관통하는 전율과 함께 전해주었다. 그는 "대본도 제대로 못 본 상태에서 표가 다 팔려 부담스럽지만, 처음 ‘헤드윅’을 접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을 그대로 표현해내겠다"고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컨츄리 스타일의 ‘슈가 대디’(Sugar Daddy)를 들려준 김다현은 록 밴드 야다의 리더로 단짝 친구인 조승우로부터 "재능이 너무 많아 부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템포의 음악들이 가슴을 공허하게 만드는 것이 ‘헤드윅’의 매력이라고 한다. 많은 팬들의 괴성 속에 ‘사랑의 기원’(Origin Of Love)을 부른 오만석은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실력을 인정 받는 연기파이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씨는 "송용진은 록 버전을 훌륭히 소화해낼 배우이며, 조승우는 연출가가 왜 필요한가 느끼게 할 정도로 얄밉게 연기를 한다. 김다현은 이러다 커밍아웃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트랜스젠더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고, 오만석은 가장 큰 감동을 안겨줄 헤드윅이 될 것"이라고 4명을 평가했다. 공연은 4월12~6월26일, 대학로 라이브극장. 1588-7890, 1544-0113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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