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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표결 전야 시마네현 표정 시민들/ "뉴스서만 봤다" 관심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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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표결 전야 시마네현 표정 시민들/ "뉴스서만 봤다" 관심 적어

입력
2005.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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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15일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 현 의회 주변은 뜻 밖에 조용하고 한산했다. 회의가 없는 이날 의원들은 대부분 사무실을 비우고 지역구를 돌아 얼굴보기가 힘들었다.

조례안을 상정한 초당파 의원연맹회장인 호소다 시게오(細田重雄) 의원은 "오늘은 바빠서 만날 수 없다"고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대신 "내일 예정대로 가결 통과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조례안은 전체 38명의 현 의원 중 압도적 다수인 35명이 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관심은 "뉴스에서 들었다"는 정도로 그리 높지 않다. 전체 택시운전기사 330여명 중 80여명을 차지해 마쓰에의 명물이기도 한 여성 택시기사들도 "손님들 중 그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운전경력 9년째인 나카지 이즈미(中路泉·51)씨는 "나도 (독도가) 우리 땅이면 좋겠다는 심정"이라면서 "그런데 그게 쉽겠어"라고 반문했다. 그리곤 "현청 현의회 관계자나 어민이 아니면 화제로 올리는 사람이 드물다"며 말문을 돌렸다.

반면에 14일 열렸던 어업협동조합연합회 정기대회는 1,200명이 참석해 이 조합으로서는 대성황을 이뤘다. 대회는 이례적인 열기 속에 "조례제정은 영유권을 확립하는 우리의 오랜 숙원이 받아들여진 것" "일본 외교는 연약하기 짝이 없다"는 등의 축사와 성토가 이어졌다. 정기대회는 한일 양국이 공동조업할 수 있는 ‘잠정수역’인 독도 주변의 안전조업권 확보를 요구하는 특별결의를 채택했다. 이들은 한국 경비정과 어선의 방해 때문에 자신들은 사실상 어장접근을 못하고 있는데다 일본 정부도 사고를 염려해 은연 중에 출어를 억제해왔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오래 취재해 온 시마네의 한 일본기자는 "조례안 추진의 배경에는 어업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깔려있을 뿐 일반 현민 사이에서는 영토의식이나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번 파동으로 신난 것은 현의원들과 어협"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기자도 "어장이 한국어장과 겹치는 어민들의 불만에 현의회가 가세한 것"이라며 "과거에는 지역 출신의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총리 등 정치 거물이 이를 말렸지만 이번에는 중앙에서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조례안은 "영유권 조기확립운동을 추진, 국민여론 계발을 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원들은 또 장기적으로 일본정부를 움직여 국제사법재판소로 문제를 가져가겠다는 포석도 깔고 있다. 그래서 세 문장에 불과한 조례안이 이런 파문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오후 들어 한산했던 시마네 현청에 조금씩 긴장감이 높아진다. 한국과 일본 전역에서 모인 기자들이 의회 주변은 물론, 청사 사무실 이곳 저곳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오후 들어서는 확성기를 단 일본 우익단체 차량도 도착했다. 스미타 노부요시(澄田信義) 현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 "영토문제는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면서 조례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늘어놓아 분위기를 달구었다. 반면 서울에서 급거 도착한 ‘대한민국독도향우회’ 최재익 회장과 최학민 부회장 등 2명은 굳은 표정으로 반드시 조례안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들이 모두 의회 회의장에서 조례안 처리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다. 방청석은 107석에 불과해 시마네현측은 20석을 한국기자, 28석을 일본기자, 55석을 일반방청객에게 추첨으로 할당키로 했다.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방청 신청자중 현민보다 외부인이 더 많다"면서 " 종이 한 장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시마네현 경찰은 극우단체의 동향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의 극우단체가 독도상륙을 시도한다며 마쓰에항에 올 때도 우리가 출항을 다 막았다"면서 "별일은 없겠지만 외부인이 현민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청 바로 앞의 현민회관에서는 지난 12일부터 ‘한국전승도자기전’이 아무 말썽 없이 열리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뤘다. 마쓰에역에서는 ‘겨울연가’ 여행안내 책자도 놓여 있다. 다른 지방처럼 시마네에서도 팜플렛의 한국 사진들은 여성들의 시선을 잡아 끌고 있다.

현의회 주변은 물론 마쓰에시 전체가 4일전에 내린 큰 눈이 쌓여 제설작업이 제일 큰 일이다. 16일에는 작업이 끝나 교통불편은 해소되겠지만 조례안이라는 더 큰 눈이 한국과 일본 사이를 덮을 것 같다.

마쓰에(松江)=신윤석 특파원 ysshin@hk.co.kr

■ 시마네현 민단 박희택 고문/"日측 시간이 갈수록 초조 '정치인은 뭘했나' 분위기"

"독도는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지적한 일본 학자의 글이 실린 신문을 여기저기 돌리고 있습니다. 이보다 조례안의 잘못을 잘 알리는 방법이 있나요." 재일한국민단 시마네현 지방본부 박희택(83·사진) 상임고문은 요즘 시마네현에서 제일 바쁘고 가슴이 아픈 사람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해방 후 줄곧 이곳에 살면서 한국을 알리는 데 온 힘을 다했고, 시마네현과 경상북도의 자매결연과 교류의 다리까지 놓았다. 박 고문에게 최근의 사정을 들어보았다.

-이번 조례안을 어떻게 보나.

"어민들이 권익을 보장해달라고 떠드는 것이다. 이쪽(시마네현)은 시간이 갈수록 초조하다. 어업협동조합은 정치인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느냐고 성토하는 분위기다. 국익을 우선한다는 중앙정치 분위기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곳 어민들은 한국 어민이 독도 주변 어장을 독점하고 남획하며 자기들을 쫓아낸다고 주장하는데.

"메이지 시대 말기에 일본 어민들이 불과 8년 동안에 독도의 물개 1만2,000 마리를 잡아서 씨가 말랐다는 기록이 일본에 있다. 그때는 도망가지 않는 물개 습성을 이용해 그냥 몽둥이로 때려 잡았다고 한다. 그 가죽으로 군복을 만들고 고기 기름도 군납했다. 그 정도 물개가 지금도 서식한다면 독도는 칠레의 생태보고인 갈라파고스 섬 급이다. 그 사람들이 남획이니 어장 파괴니 말할 입장이 아니다."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시마네에서 학자를 불러모아 공개 토론회를 열고 싶다.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보는 일본 학자도 있다. 조례안은 어업조합 만이 선봉에 서고 현민 전체는 동떨어져 있는데, 현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일반인들에게 진상을 알리고 싶다."

-이 문제로 불편한 점도 많을텐데.

"조례안을 제안한 많은 의원들이 동시에 한일친선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이 문제로 언쟁하면 나나 그들이나 국익 중심으로 의견이 갈리기 때문에 서로 피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는 국가에 맡기고 지방 민간 교류는 계속해야 한다. 한국이 독도를 지배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역사적 증거는 부지기수다."

마쓰에=신윤석특파원

■ 시마네현 /고대 우리문화가 전해지는 창구역할

시마네현은 일본에서‘신들의 땅’이라고 부른다. 일본 신화의 단골 배경지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신사(神社)들이 즐비하고 신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는 10월께에는 관광객 수백만 명이 찾는다. 인구 76만 명으로 동북에서 남서로 가늘고 긴 지형을 이루고 있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부산과의 직선거리가 300km에 불과해 동해에서 흘러간 라면봉지가 종종 발견될 정도다.

고대에는 우리 문화가 일본으로 전해지는 창구 역할을 했다. 고구려 또는 가야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가라쿠니(韓國) 신사도 있다. 이밖에도 시마네현의 기와, 토기와 불교미술에는 한반도의 영향이 뚜렷하다. 우리 문화가 동해를 타고 자연스럽게 전달된 결과다.

자연자원이 풍부한 편이며, 임업과 수산업이 발달했다. 현 전체의 79%가 산림으로 목재 생산이 활발하고 오키섬 주변에 형성된 풍부한 어장은 일본 전역의 수산물 공급지 역할을 하고 있다. 시마네현 사람들이 독도를 탐내는 것도 바로 오키섬에서 북서쪽으로 약 157km 떨어진 지역에 형성된 어장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마네현측은 1894년께부터 독도에서 강치(물개)와 전복 조업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마네현은 1989년 경북도와 자매 결연을 맺고 이후 매년 3~4차례 양국을 오가며 수산, 환경, 경제 분야에 대한 교류를 다져왔다. 그러나 경북도 의회는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움직임이 일어난 뒤 교류중단 선언을 했다. 2001년에 경북도는 시마네현 지사의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망언에 반발해 시마네현에 파견했던 공무원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박상준기자 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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