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현상은 질서와 조화 속에 이뤄진다. 조화는 인간의 경제적인 면도 포용하지만 심미적인 면과 자연적인 것에 귀의하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중시한다.
파리는 고층건물의 신축으로 도시전체의 조화가 손상되는 것을 막으려 신도시 라데빵스를 건설했다. 고색창연한 건물의 외관청소는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한 건물만 깨끗하게 단장하면 조화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코펜하겐 중앙역사 건너편에 유리로 지어진 스칸디나비아항공사(SAS)의 20층 건물은 건축과 조경 측면에서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평가된다. 근래에는 복개 하천, 직강화된 하천 및 공작물을 갖고 있는 하천들을 원 상태에 가깝도록 되돌리는 하천복원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의 양재천, 성북천, 청계천 및 오산천도 그 좋은 예이다.
서울시 건축물의 조형적 분포상태는 무질서의 표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 때는 남산 외인아파트를 철거하는 바람직한 처사도 있었으나 건축물의 공간적 무질서와 부조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조짐이다. 파리가 존재가치를 유지하고 1급 관광지의 명예를 유지해 온 것은 시와 시민의 높은 의식뿐 아니라 드골과 같은 식견 높은 지깟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초고층아파트 건립이 화두가 되고 있다. 초고층아파트는 특히 한강 양안의 단조롭고 개성 없는 아파트장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건물이 높아짐에 따라 입체적 조화와 함께 공기동역학 및 자연생태학에 근거한 새로운 개념의 3차원 도시공간계획이 도입되고 있다. 초고층아파트의 층고도 이에 준해 정해져야 한다.
첫째, 건물의 층고는 도시전역의 고층지역과 저층지역의 입체적인 분포가 조형적으로 안정감과 균형감을 주고 전체적인 형상에서 심미적인 효과를 제공하고, 주변의 산과 하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정돼야 한다.
둘째, 자연적이고 일차적인 대기오염의 해결방법은 공기흐름에 의해 옮겨지는 이송현상과, 퍼지는 확산현상에 의한 희석이다. 구조물이 높아지면 대기 순환이 방해됨으로써 이송, 확산을 약화시켜 희석효과를 감소시킨다. 이렇게 대기흐름이 정체되면 국지적인 대기오염과 여름철 온도상승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도시의 초고층건축물이 대기 순환을 방해해 대기오염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층고는 공기동역학에 근거해 결정돼야 한다.
셋째, 한강변의 경우 건물이 높게 되면 대기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고, 건물에 의해 빛이 차단돼 강물의 폭기 작용과 광합성이 약화된다. 결국 수질 및 수생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게 되므로 강물이 건물로 인해 일조권 침해를 받지않는 범위 내에서 층고가 결정돼야 한다.
넷째, 특히 서울의 경우 남산 등 주변 산에 대한 조망권이 손상되지 않도록 건물의 층고를 정해야 한다.
또 다섯째로 한강변에서는 남산, 한강 및 초고층아파트를 분리하지 않고 세 요소를 하나의 그림으로 보면서 전체적으로 자연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는 조건에서 건물의 층고가 결정돼야 한다. 우리의 경제적 여건이 아무리 호전된다고 한들 물건을 수입하듯 손상된 조망권을 수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윤태훈 한양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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