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가 엄마에게 제법 모양을 내서 포장한 막대사탕 하나를 내민다. 가방 안에는 자기 반 여학생들에게 줄 몇 개의 사탕이 더 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중 하나는 좀 더 특별하게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학생이었던 아이는 학교에서 급식을 하며 숟가락을 챙겨가는 날이 거의 없었다. 2학년 때엔 그 일로 선생님으로부터 ‘주의’ 전화도 여러번 받았는데 3학년 때엔 그 모습을 본 같은 반의 어느 예쁜 여학생이 매일 두벌의 수저를 가져와 하나를 아이에게 주었다. 아내와 나는 그 아이를 아들의 ‘숟가락소녀’라고 불렀다. 또 그 이야기를 이 지면에 한번 쓴 적도 있는데 지금은 서로 다니는 학교가 다르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아이에게 아내가 묻는다. "숟가락소녀 만나서 그 애한테도 사탕 주고 올 거니?" "예." "그러면 언제 엄마 아빠도 만나게 해줘. 그러면 엄마가 너희들 맛있는 거 사 주지."
그러자 아이가 가차없이 대답한다. "저도 학교가 달라 오랜만에 만나는 거예요. 엄마 아빠 나와서 분위기 깰 일 있어요?" 저만큼 계단을 내려가는 아이 등에 대고 아내가 말한다. "쳇. 키워 놔도 다 소용없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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